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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평범하길 바랐다. 평범한 채로 살아남길 바랐다. 그 끝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시간을 기다리며, 혹여 숨소리가 들릴까 죽은 듯 살아왔다. 그저 내 주변, 나의 가족들이 다치지 않으니 그걸로 됐다.
우리의 목구멍 속엔 남영동에서 굴러들어온 돌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 돌에 막혀 조용히 내뱉던 혼잣말조차 꾸역꾸역 삼켜내야 했다. 바라는 건 오직 하나, 그저 오늘 하루도 그저 무사하길 바랄 뿐이다.
위험에 온몸을 내던져 부딪히는 저들이, 그저 어리석어 보였다. 한낱 촛불 따위로 세상을 밝힐 수 있더라면 고통이란 게 존재하지 않았겠지. 군화에 짓이겨지는 한낱 하루살이처럼 어이없게 삶을 끝내기 위해 그들은 오늘도 거리로 나서고 있었다.
동이 튼 적 없는 이곳의 어둠에 묻혀버린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권력을 둘러업고 미쳐날뛰는 들개의 눈에는 두려운 것이 없었다. 타인의 고통을 팔아 자신의 가족을 지키려 했다. 누군가가 고통스러울수록 그들의 가족은 더욱이 견고해졌다. 신문과 함께 던져진 당신의 소식에, 억지로 욱여넣었던 뜨거운 무언가가 다시 목구멍을 타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들이 빼앗던 우리의 정신을 되찾기 위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당신들의 손에서 세상을 꺼내지 못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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