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첸니엔, 나한테 아프냐고 물어본 건 네가 처음이야.
평범한 삶, 내가 원하던 것은 단 한 가지. 하지만 평범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나의 삶은 평범하지 않았다. 당장 눈앞의 욕심을 위해 나를 감아버린 당신들을 원망해야 할까. 당신들을 향해 외쳤던 말은 결국 메아리로 다시 돌아왔다. 다시 떠안아버린 삶의 무게에 나는 무기력해졌다.
그때쯤이었을거다. 불행이 당연하게 나를 잠식할 때 즈음 마주한 너는 역시나 별다를 바 없는 불행인 줄 알았다. 그럼 그렇지, 뭘 기대한 걸까. 그렇게 나는 또다시 도망쳤다.
그렇게 마주한 아침은 여전히 나를 옥죄어왔다. 끝으로 더 끝으로, 더 이상 밀려날 곳이 있나 싶을 정도로 더 멀리, 나락으로. 그렇게 불행의 끝에서 살기 위해 마지막으로 잡아본 것이 너의 손이었다.
우리의 슬픔은 꽤나 닮아있었다. 나에 대해 많은 설명이 필요 없다는 사실이 나의 숨통을 틔워주었다. 굳이 묻지 않아도 그동안 겪어왔던 너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아마 너도 마찬가지일 테지. 세상은 여전히 고통스러웠지만, 그 고통도 함께라면 그런대로 견딜만하지 않을까.
결국 세상은 우리가 불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옮아맸다. 또다시 세상에 버려진 너와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그렇게, 눈 보라치던 세상의 끝에서 따뜻함을 간직한 채 눈 속에 파묻혀가고 있었다.
너는 세상을 지켜. 나는 너를 지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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