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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노트/생각노트

나만의 시간은 나만의 공간에서 흘렀다

by 이 장르 2021.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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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으로 차디찬 공기가 옷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다. 코끝이 시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문득 겨울이 왔다는 걸 깨달을 정도의 차가움이다. 낮은 건물들 위로 피어오르는 연기에, 진짜 겨울이 왔구나.

집으로 가는 건너편 신호등의 빨간 불빛을 보며 신호를 기다리고 있을 때 물들어오는 모닥불 향이 스치면서 알싸한 공기가 잊고 지냈던 크리스마스를 추억하게끔 한다. 아직 캐럴도 들려오진 않지만 매 겨울 맞이했던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억은 마음 한편 고이 담겨 있다. 우리가 어른이 되어서도 크리스마스를 그리워하는 이유는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어둠을 덮고 있던 방에 들어와 앉았다. 바깥에서 들어오는 희미한 빛은 방안으로 흘러들어 발앞까지 들어왔다. 스위치 하나에 이 모든 어둠을 거둬낼 수 있었지만 아직 이 여운을 음미하고 싶어 한동안 그 상태로 머물러있었다.

멈춰버린 줄로만 알았던 나만의 시간은 나만의 공간에서 흘렀다. 다른 사람들 사이에 치여 멈춰버린 시간은 고요함을 틈타 흐르기 시작했다. 그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 이 공간 속에서 내 시간이 비로소 흐르고 있다.

결국 이럴 줄 알았다. 함께하면서도 홀로 있어야 하는 우리네 존재는 이렇게나 모순적이다. 함께하는 법만 배우며 살아온 우리는 나 자신에게 꽤나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고, 결국 나와 내가 함께하는 시간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책에서나 볼법한 홀로 설 수 있어야 함께할 수 있다는 말이 이렇게나 낯설게 느껴질 일일까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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