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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록/2019 유럽 🇫🇷🇨🇭🇦🇹🇨🇿🇭🇺

유럽 3-2.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Austria Salzburg🇦🇹

by 이 장르 2021.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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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 두부김치 우리 앞에 하나둘 놓였다. 빨간 플라스틱 밥공기를 넘어 높이 솟아있는 고봉밥을 몇 개 받아 들고선 두부김치와 데리야키 고기 그릇에 꾹꾹 눌러 담았다. 여러 개의 숟가락이 비슷한 리듬을 타며 설레는 마음으로 밥을 섞기 시작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잘츠부르크에서 먹었던 두부김치의 맛은 한국에서 먹었던 것과 조금 달랐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때를 그리워하며 두부김치의 맛을 기억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우리는 두둑해진 몸과 마음으로 잘츠부르크의 거리를 누비기 시작했다. 잘츠부르크 시내가 하나의 영화 세트장처럼 느껴졌던 이유를 길따라 늘어져있던 가게들의 간판으로부터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자신의 가게를 더 돋보이게 하려는 마음보다 다른 가게들과 함께 조화를 이뤄 이 거리를 만들어내는걸 더 소중히 생각하는듯했다. 바닥을 메우고 있던 정사각형 모양의 돌들이 옹기종기 모여 이루어진 잘츠부르크의 시내는,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뿜어내며 우리를 설레게 하고 있었다.

"우리 로컬 펍 가자."

역시나 오늘도 술이 빠질 수 없지. 일 년에 한두 번 마실까 말까 한 술을 유럽여행 와서는 하루라도 안 마신 날이 없었다. 아마도 우리가 여행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는 뜻이겠지. 한국에서 마시던 술은 맛으로 먹기보단 빨리 취하고싶어 찾는 느낌이 강했다면, 이곳에서 우리가 먹었던 술은 취하려는 것보다 맛있어서 계속 찾게 되는 느낌이었다. 사실 처음엔 물이나 커피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 나라 술을 마셔봐야 한다는 여행자의 마음으로 마시기 시작했던 술이 결과적으론 나에게 여행의 즐거움이라는 걸 선물해준 셈이 된 것이다.

우리는 구글맵을 켜서 근처에 있는 로컬 바 중에 열려있는 몇 가게를 추렸다. 오늘은 어느 곳을 기억에 담아 가 볼까 고민하다 라라 랜드 분위기를 품고 있던 파리의 재즈 바를 잊지 못한 일행들이 우리를 재즈 바로 이끌었다.

큰길 옆으로 작게 나있던 짧은 터널을 지나 또 다른 골목이 눈앞에 펼쳐졌다. 고요한 거리에 홀로 붉은빛을 뿜어내고 있던 그 가게는 문 앞에 'Live Music Tonight'라고 커다란 글씨로 적혀있던 간판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영화에서 볼 법한 이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붉은 조명 아래 옹기종기 앉아 각자의 이야기에 빠져있는 사람들 속에서 우리도 우리의 이야기에 빠져보기 위해 테이블 세 개를 붙여 앉았다. 바텐더가 우리를 보더니 손바닥만 한 메뉴판을 가져왔다. 맥주, 위스키, 과자. 어떤 맥주인지, 어떤 과자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던 메뉴판을 보며 고민을 하는 우리를 보더니, 바텐더가 우리에게 와서 찬찬히 설명을 해주었다. 우리는 생맥주를 시켰고, 한 뼘 반 정도 되는 맥주잔에 가득 담긴 맥주가 우리 앞에 놓였다.

'치어-스'

우리는 각자 한 손에 든 잔을 한 곳으로 모아, 무사히 오스트리아에 도착한 우리를, 그리고 앞으로 있을 우리의 여행을 위해 찬란한 소리를 내며 잔을 부딪혔다. 우리의 여행을 응원해주는 건지, 펍 한편에서는 피아노와 기타 소리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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