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리리리'
6시 반 즈음, 숙소에 누군가의 알람이 울려 퍼지고 룸메들은 느릿느릿 눈꺼풀을 껌뻑이기 시작했다. 알람이 귓속을 파고듦에도 조금 더 자고 싶은 마음은 눈을 한껏 더 세게 감고 있었다. 룸메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느껴졌고, 물소리와 드라이기 소리가 번갈아가며 났다. 룸메들은 점점 관광객의 모습을 되찾아갔지만, 나는 느긋함을 얻은 대신 누가 봐도 방금 일어난 모습이었다.
우리는 잠이 덜 깬 상태로 자리에 앉아 아침을 먹었다. 나는 숙소에 다시 올라가 준비를 했고, 준비를 이미 마친 룸메들은 로비에서 여유를 즐기며 일행들이 준비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고 한다. 준비를 마치고 나와 커피 한잔까지 마시고 나니 정신이 맑아졌다. 창 너머엔 여전히 눈이 날리고 있었지만 우리는 할슈타트로 향했다.
한 시간 반 정도 지났을까. 고요했던 차가 멈춰 섰다. 바깥은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었기에 차에서 조금 더 시간을 보내겠다던 일행과 차에서 나와 할슈타트 호수로 향하는 일행으로 나뉘었다. 나는 일행들과 함께 할슈타트 호수로 향했다. 바람에 날리는 눈을 피해보겠다며 두세 명씩 옹기종기 모여 우산을 쓰고선 골목을 누벼갔다. 동화 속에 나올법한 건물들이 즐비해있던 이 골목은 우리가 여행 중이구나라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추적거리는 길의 끝이 보일 무렵 눈앞에 거대한 호수가 펼쳐졌다. 호수 뒤로는 사진에서 볼법한 설산들이 호수의 가장자리를 따라 늘어져있었고, 호수에는 백조들이 우아함을 뽐내고 있었다. 살면서 자연에서 백조를 만나게 될 줄이야. 기껏해야 어릴 때 동물원에 가둬져 있던 백조들을 본 게 전부였던 나에게 이런 광경은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우리는 백조를 좀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 호수 끄트머리에 있는 벤치로 향했고, 눈을 동그랗게 뭉쳐 먹이를 주는 척을 했더랬다. 백조는 손위에 놓여있는 눈을 먹기 위해 한두 번 쪼아대더니 속았다는 걸 알아채고는 이내 다시 고개를 돌렸다. 우리는 그런 백조를 조금이라도 더 담아내기 위해 한쪽에선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동물이 우리 곁에서 맴도는 경험이 잊히기란 아무래도 쉽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흔한 경험일지라도 또 다른 누군가에겐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경험일 수 있다는 것을 여행하면서 매 순간 경험하게 된다. 어쩌면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것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것은, 우리의 하루하루를 조금 더 소중히 채워나갈 수 있게 해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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