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끊임없이 내리는 눈을 피해 간단한 점심을 먹기로 했다. 현 대장을 따라 일행들과 함께 현 대장 추천 할슈타트의 케밥 맛집으로 향했다. 우리가 걷던 길 끝에 펼쳐져있는 호수 앞에 조그마한 갑판이 있었고, 그 앞에는 앉아서 먹을 수 있는 테이블 두세 개가 놓여있었다. 우리는 현 대장을 따라 주문한 케밥을 하나씩 받아 들고선 자리에 앉았다. 어느 방향으로 앉아도 아름다운 할슈타트 풍경이 보이는 명당이었다. 아마도 이 풍경이 케밥 맛에 한몫하는듯했다. 우리는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대용량 스리라차 소스를 케밥에 듬뿍 뿌린 뒤 한입 베어 물었다. 케밥은 맛있었고, 우리는 행복했다.
하늘을 숨기고 있던 구름들이 하나둘 어디론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케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맑아진 하늘 위 구름 사이로 새어 나오는 햇빛에 할슈타트가 환해지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풍경에 정신을 놓고 있을 무렵, 케밥 가게 맞은편에 있던 카페 창가에 앉은 누군가가 양손을 흔들며 우리를 불렀다. 우리가 나올 때 차에 머물고 있던 일행들이었다. 날씨가 점점 맑아지자 하나둘 나와 여기서 여유를 즐기고 있었나 보다. 우리는 서로 마주 보며 잠깐 손을 흔들고, 아까 찍었던 사진들의 아쉬움을 덮어 씌우듯 또다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남는 건 사진이라는 말이 아직까진 와닿지 않지만, 그래도 추억할 수 있는 무언가는 남겨가야지.
우리는 다시 할슈타트 호수 쪽으로 향했다. 아까 우리를 맞이해줬던 백조들은 호수를 유유히 누비며 여전한 우아함을 뽐내고 있었다. 우리가 이곳에서 경험한 겨울과 봄 그 어디 즈음 예상할 수 없는 기온에 옷을 여몄다 벗었다 해야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곳의 겨울과 봄을 모두 경험할 수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로 이동하는 길, 이곳에 올때 내리던 눈에 가려 보지 못했던 풍경과 아기자기한 가게들을 하나씩 둘러보며 할슈타트에서의 짧은 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분명 관광지라지만 요란하지 않던 가게들이 할슈타트의 고즈넉한 풍경을 지켜주고 있었다.
우리는 숙소에 가기위해 차에 몸을 실었다. 도로 옆에 듬성듬성 얹어져 있던 낮은 건물들과 저 멀리 이곳을 둘러싸고 있던 산을 배경 삼아 달리고 있던 우리는,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에 담겨있는 기분에 빠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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