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잘츠부르크로 돌아온 우리는 오스트리아의 마지막 날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고민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일단 발걸음을 옮겨 숙소를 나왔다. 앉아서 고민하는 시간조차 우리에겐 소중했기에 하나라도 눈에 담아 가자는 마음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발걸음 닿는 대로 흘러가다 보니 이름 모를 공원이 눈앞에 나타났다. 잔잔한 분위기의 공원에 햇빛이 은은하게 퍼져가고 있었다. 빛을 따라 거닐며 옆쪽을 봤더니 굳게닫힌 철창 틈으로 또 다른 공원이 보였다. 아, 여기가 미라벨 정원이구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왔다는 곳이 여기었나 보다. 하지만 이리저리 둘러봐도 굳게 닫혀있는 문에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머뭇거리고 있었다. 당황스러운 감정이 채 가시기 도전에 일행 중 한 명이 철창 옆 쪽문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사람들을 발견했다. 우리도 그 사람들 속에 묻혀 미라벨 정원으로 들어갔다.
미라벨정원에 들어서자마자 중세시대로 들어온것같았다. 화려하면서도 한편으론 고즈넉하기도 했던 미라벨 공원은 기이한 모양의 커다란 나무들, 그리고 잘 정돈된 정원, 그 사이로 들려오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조화를 이뤄 이곳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공원을 지나 KK Restaurant를 가기 위해 잘츠부르크 대성당 앞에서 구글맵을 켰다. 어미닭을 따라가는 병아리들처럼 앞장서서 길을 찾아내는 초를 따라 골목을 누비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멈춰서는 초의 발걸음을 따라 우리도 하나둘 발걸음을 멈춰 섰다.
'Break Time'
역시나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던 이유는 계획이 어긋났다는 사실보다 뜻밖의 낯섦을 마주할 기회가 생겼다는 설렘 때문 일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들어가고 싶은 식당을 찾아 나섰다. 그렇게 KK Restaurant 근처에 은은한 불빛을 내뿜던 가게가 눈에 띄었고, 그 가게에서 가장 안쪽 큰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우리는 음식을 골고루 주문하고선, 오스트리아의 마지막 밤을 기념해야 한다며 와인도 주문했다. 와인에 대해 잘 모르는 우리지만 그저 그 분위기에 취하기 위해 와인잔을 부딪혔다. 경쾌한 와인잔 소리가 가게 안에 울려 퍼졌다.
우리가 벌써 3개국을 함께 여행한 사이라니. 매일 함께하면서 서로의 행복한 기억 속에 들어와 영원히 남을 거란 사실이 나를 설레게 했다. 아마도 우리는 유럽을 추억할 때마다 지금 이 모습을 함께 추억할 테지. 짭짤한 고기와 살짝 떫었던 와인 향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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