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노트/생각노트

아직 오지 않은 날이라 설렐 수 있었다

by 이 장르 2022. 1. 14.
728x90
반응형

한 해가 시작된 지 벌써 며칠씩이나 지났다. 생각보다 빠른 시간에 움찔거려보지만 그렇다 해서 이 흐름을 멈출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얼마 후면 지금 머무는 이곳조차도 과거시제로 설명되겠지.

떠나야 새로운 곳으로 갈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쉽사리 발이 떨어지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분명 발을 디뎌 또 다른 곳을 나를 던져야 낯섦을 마주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두려움에 스스로의 발목을 옥죄고 있더랬다. 어느 곳에도 채 닿지 못한 그 찰나의 순간이 두렵다고 해서 이대로 가라앉고만 있을 순 없었다. 어쩌면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두려움 그 자체일 수도 있겠다.

앞으로의 시간들이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와 줄 것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지만, 그 경험들이 모여 후에 어느 시점에 도달했을 때 그 경험을 되새겨볼 날과 마주할 테니. 어쩌면 돌이켜볼 우리의 삶은 그 어느 것도 버릴 수 없을 테지. 몇 년 전 절대 가지 않을 거라 장담했던 그곳을 이젠 고대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사람 일이란 건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거구나 싶다.

그렇기에 더 이상 장담하지 않기로 했다. 살아온 시간이 짧을수록 더 많은 장담을 하게 된다는걸, 뱉어낸 말을 번복할 수도 있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는 걸 이제는 안다. 여전히 기다리고 있을 우리의 나날은 아쉬운 어리광조차 그저 미소 지으며 바라보고 있을 테지.

아직 오지 않은 날이라 설렐 수 있었다. 미지의 시간을 어떻게 채워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조차 설레오는 이 순간을 사랑한다. 어쩌면 우리는 이러한 설렘에 익숙지 않아 간혹 두려움으로 오해하는지도 모른다. 감정조차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운 적 없는 우리였으니.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