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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노트/생각노트

참고하기도 참고 하기도 싫었다

by 이 장르 2021.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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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에서 들어오는 따사로운 햇살에 비해 몸 끄트머리의 모든 것들이 아려오는 날이다. 바닥에 닿은 빛을 따라 거슬러올라 창문을 열었다. 바깥공기도 추위에 꽤나 지쳐있는지 창틀을 굳게 잡고 선 꾸역꾸역 고개를 들이밀고 들어왔다.

알싸한 공기 속 느슨해진 긴장의 틈으로 새어들어와버린 불청객이 뜻밖의 불안을 만들어냈다. 초대한 적 없는 손님은 그렇게 우리를 휘저어대고 나서야 사라졌고, 냉랭한 침묵이 감도는 이곳은 어쩌면 바깥보다 추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하기도 참고 하기도 싫었다. 당연시 여겨졌던 것들이 언제부터 당연한 것이었는가. 게으름이 익숙함이라는 핑계를 대고선 당당하게 고개를 들이밀고 있었다. 오만한 고갯짓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스스로를 견뎌내야 할 자괴감에, 무뎌져버린 듯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에게서 공허한 울림이 퍼져나가고 있다.

누군가 인생이란 인내의 연속이랬던가. 그러나 목적 없는 인내는 그저 나는 말라갈 뿐이었다. 기약 없는 목멤에도 스스로를 외면해야 한다면, 나는 내 두발로 이곳을 벗어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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