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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노트/생각노트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하여

by 이 장르 2022.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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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 번쯤 한국을 벗어난 삶을 꿈꾸곤 한다. 정확히 말하면 현실에서 벗어난 삶을 원하는 걸 테지만 말이다. 어디에서 살고 싶다는 명확한 계획 없이 막연한 바람을 가져보곤 한다. 지금과는 다른 환경, 다른 문화에서 살아가게 된다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믿음이 우리로 하여금 이러한 기대를 해보게끔 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아메리칸드림이란 것은 사실 미국이 황폐한 땅을 비용 없이 가꾸고 인구 또한 늘리기 위한 하나의 수법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들도 이러한 속셈을 숨겨둔 채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기회의 땅'으로 마케팅을 하는 전략을 펼쳤으며 이는 인구증가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수많은 문화가 유입되면서 융합되지 못한 채 발생한 사회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 애초에 그들의 목적은 인구의 증가일 뿐, 더 나은 미국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인종차별이 만연했던 미국에서 노예제도를 폐지하자는 정치인들의 움직임 또한 선한 의도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그 당시 다른 나라의 식민지에서 독립의 움직임이 일어나는 것을 목격했고, 그러한 무력충돌이 본토까지 넘어오는 것을 보았기에 자신의 일이 될까 두려워 인도적인 명분으로 포장해 내세웠다.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인종차별에 제동을 거는 것은 인도주의적인 의도가 우선시되지 않는다. 문제가 발생해 이로 인해 파생된 부정적인 결과가 자신의 탓으로 돌아오지 않길 바랄 뿐이다. 그렇기에 국가적 입장에서는 최소의 조치만 취할 뿐이다.

환상은 환상일 뿐이다. 어디에나 사람은 살아가고 있으며, 그 환경 또한 극적인 차이를 보여주진 않는다. 어딜 가나 우리가 견뎌내야 하는 고통은 존재한다는 말이다. 단지 알지 못하는 세상이라 그 고통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기에 막연한 환상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다른 환경에 스스로를 던져보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시도가 인생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기도 주기도 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단지 막연한 환상을 가지지 않았으면 할 뿐이다. 이런 시도는 모순적이게도 우리의 수많은 정체성 중 이방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발견하게 해줄지도 모른다.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마주하는 것보다, 그러한 환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인지한 후에 마주하게 될 새로운 경험은 당신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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