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시작된 우리의 기대는 프라하에 가면 해보고 싶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사이 생맥주 그리고 병맥주와 함께 손바닥만 한 컵이 우리 앞에 하나둘 놓였다. 필스너는 생맥주로, 코젤 다크는 병맥주로 받아 든 우리는 드디어 체코의 맥주를 마셔볼 수 있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이게 앞으로 체코에서 마실 코젤 맥주 중 가장 맛없는 맥주일 거라곤 생각도 못했었지.
주문한 맥주를 시작으로 테이블위에 음식이 채워졌다. 분명 우리는 립아이를 시켰는데 서로인이나 스트립 정도의 두께로 우리 앞에 나타날 줄이야. 우리는 눈앞에 놓인 음식들을 먹으며 프라하에 간다는 설렘을 나누고 있었다.
식사를 마친 후 파파스에서 나와보니 좀더 밝아진 듯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들어 하늘과 눈을 맞췄다. 아까까지 구름에 덮여있던 하늘이 점차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고, 진한 파란빛을 내뿜고 있는 하늘과 붉은 지붕들이 어우러져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우리는 그 풍경을 지붕 삼아 체스키의 골목으로 들어섰다. 발걸음 닿는 대로 가다 보니 어느새 눈앞에 늘어진 골목길로 앞서가던 일행들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우리와 눈높이를 맞춰오던 태양 그 뒤편으로 펼쳐진 장면은 여전히 기억 속에 은은하게 젖어들어있다.
우리가 또 언제 이런 장면을 눈에 담을 수 있을까. 그어떤 걱정 없이 이런 여유를 온전히 누릴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될까. 사실 여유란 게 마음만 먹으면 누릴 수 있는 거라지만, 그 마음이란 걸 먹기까지 꽤 많은 다짐과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조금 서글퍼졌다. 어쩌면 우리는 그 어느 것에도 방해받고 싶지 않아 여행을 떠나게 되는 건지도 모른다.
우리는 설렘에 묻어버린 씁쓸함을 안고선 체스키 성문을 나왔다. 그렇게 우리는 마지막 여행지인 프라하로 가기위해 차에 올라탔다. 원래는 프라하에서 일주일 정도를 머물며 천천히 둘러볼 계획이었지만, 여기서 여행을 멈추는 것 같아 아쉬움이 밀려들었다. 그러다 문득 프라하에서 머무는 기간을 쪼개 다른 나라를 들렀다 오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프라하로 이동하면서 구글맵을 켜 체코와 가까운 나라를 둘러보다가 헝가리가 눈에 띄었고, 그렇게 헝가리행 비행기표를 검색하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문득 혼자 헝가리 여행을 무사히 다녀올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그러다가 프라하에서 일정이 맞아 함께 머물기로 했던 희 언니에게 헝가리 여행을 제안했고, 언니는 별다른 고민 없이 흔쾌히 대답했다. 우리는 그 자리에서 헝가리행 비행기표를 결제했고, 그렇게 우리의 부다페스트 여행이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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