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펼쳐진 야경을 보며 숨을 크게 들이켰다. 한눈에 들어오던 프라하성 그 아래로 펼쳐져있던 야경이 은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현재 그리고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조차 이 순간을 되새길 수 있도록 우리는 한동안 말없이 눈에, 카메라에 야경을 담았다. 눈에 맺히던 그날의 야경과 내음을 손에쥔 카메라 하나로 담아내기엔 너무 벅차 아쉬운 마음에 쉽게 눈을 뗄 수 없었다.
우리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올라왔던 길을 따라 다시금 야경속으로 들어갔다. 현 대장을 따라갔던 그곳의 어둠은 틈 사이마다 은은함을 품고 있었다. 듬성지게 놓여있던 프라하의 건물들을 따라 이곳에 오기 전까지 미처 알지 못했던 시간의 흔적을 되짚어보고 있었다. 그저 아름답게만 비쳤던 그 거리의 야경이 머금은 슬픔을 조금이나마 위로해줄 수 있길 바라며.
걷고 또 걷다 보니 커다란 건물이 눈에 담겨왔다. 성 바투스 대성당에 내려앉은 노란빛은 어둠 사이로 솟아오른 건물을 더욱 도드라져 보이게끔 했다. 성당을 조금 더 가까이 보려 다가가는 순간 성당의 웅장함보다 먼저 우리의 발걸음을 막아선 것은 다름 아닌 소지품 검사 줄이었다.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기에 잠시 당황스러운 감정이 스쳐가긴 했지만 검사는 예상보다 빠르게 끝났고 우리는 성당의 야경을 다시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예상치 못한 사소함에 당황하긴 하지만 이것이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밤이었음에도 드러나있던 성당의 웅장함은 카메라에 담을 수 없었다. 아쉬움에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는 동안 연을 비롯한 일행들이 성당을 배경 삼아 귀여운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우리도 달려가 쪼르르 줄을 맞춰 연을 따라 했다. 아름다운 야경을 배경으로 한 우리의 사진은 기억에 남는 여행 사진으로 남아주었다.
야경을 머금은 프라하를 둘러보다 배고픔을 느낀 우리는 대장님들이 오스트리아에서 체코로 이동하던 내내 추천했던 내장탕 맛집을 가기로 했다. 현 대장의 들뜬 발걸음을 따라 트램을 타고 어느 한적한 동네에 도착했다. 트램에서 내린 우리는 오르막길을 따라 십분 넘게 걸어 올라갔다. 내장탕 맛집이라던 그 가게는 영화에서 볼법한 장소처럼 비밀스럽고도 깔끔한 문이 우리를 맞이해주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간 실내는 예상보다 꽤 넓었다. 그 어디에서도 한국을 찾아볼 수 없던 이 거리에서 여기저기 들려오던 한국어는 낯설면서도 신선했다.
두 테이블에 나눠 앉은 우리는 내장탕과 원하는 메뉴를 골라 다양하게 먹어보기로 했다. 내장탕과 나가사키 짬뽕, 그리고 초밥을 고른 우리 테이블은 프라하의 첫날밤을 기념하기 위해 소주와 맥주도 함께 주문했다.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카스보다 필스너가 더 흔하다는 것 정도.
오늘 하루 동안 오스트리아에서 체스키 크룸로프를 거쳐 프라하에 도착했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았다. 길게는 며칠 동안 경험할법한 일들을 하루 만에 거쳐오다니, 우리 정말 기나긴 하루를 보냈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로를 설렘으로 덮을 수 있는 건, 걱정 없이 낯섦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일까. 아마도 이게 우리가 여행을 사랑하는 이유일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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