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여행지와 작별할 시간이다. 떠날때마다 남는 여운은 짧은 일정 탓인지 아니면 정이 들어 그런 건지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아마도 여러 가지 감정이 섞여 뒤숭숭해진게 아닐까 싶었다. 우리는 또다시 이전보다 부풀어오른 캐리어를 하나씩 챙겨들고선 차에 올라탔다.
여전히 하늘엔 구름으로 덮여있었지만 그 틈새로 간간이 비춰오는 햇빛이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프라하로 가는 길에 있다던 체스키크롬로프라는 도시를 들르기위해 커다란 성문처럼 생긴 곳 앞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이 도시에 들어가기위해 거쳐야한다던 이 거대한 입구는 그 크기만으로 우리를 압도했다. 성문이 만들어낸 어둠을 지나 다시 햇빛이 보일때즈음 맞이한 풍경은 붉은 지붕으로 빼곡했다. 우리는 둘러싸인 강을 지나 체스키로 가기위해 다리를 건너 빼곡했던 붉은 지붕 속으로 들어갔다.
눈앞에 펼쳐진 큰길을 걷다 무언가에 홀리듯 옆으로 나있던 골목길로 들어갔다. 골목 가장자리로 이어지는 건물들은 그 어느것도 같지않았다. 그저 조화를 이루며 닮아있을 뿐이었다. 우리는 체스키 전경을 한눈에 담아보기위해 좀더 높은곳으로 올라가보기로했다. 체스키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싶은듯 구름도 우리에게 조금씩 하늘을 양보해주고있었다.
"와!"
길고 길었던 오르막, 그 끝에 다다르자 탁 트인 풍경이 눈아래로 펼쳐졌다. 빼곡히 모여있던 붉은 지붕 위로 틈틈히 얹어진 햇빛은 이곳을 더욱 찬란하게 해주고있었다. 아직 겨울이 가시지 않은 듯한 차가운 공기가 머물어있지만 그사이로 살랑거리며 다가오던 따뜻함에 기분이 몽글거렸다.
조식도 제대로 먹지도 못한채로 출발한 우리는 점심을 먹기 위해 구글맵을 열었다. 오스트리아에서 체코로 이동하며 대장에게 추천받았던 파파스를 검색했다. 우리는 구글맵이 알려주는 길로 앞장서가던 민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길은 점점 좁아지더니 거짓말처럼 어느 순간 탁 트인 공간에 도착했다. 동화속에서나 등장할법한 파스텔톤의 가게가 눈앞에 나타났다.
'Papa's'
둥글둥글한 글씨로 써져있던 간판이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우리는 기다란 테이블에 쪼르륵 앉아 메뉴판을 뒤적이며 즐거운 고민에 잠겼다. 어떤메뉴가 좋을지몰라 까르보부터 시작해서 알리올리오, 리조또, 스테이크를 종류별로 주문했다. 물론 여기도 맥주가 빠질 순 없지. 물보다 저렴해 마시기 시작했던 유럽의 맥주는 여행하는 매 순간 우리와 함께해주었다. 술을 좋아하지않아 한국에서는 술을 거의마시지않았지만 왜인지 유럽에서는 매일같이 맥주를 마셨더랬다. 어쩌면 나는 유럽을 기억할수있는 또하나의 방법을 찾은게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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