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중심부에서 조금 벗어나 위치한 스시집에서 프라하에서의 하루를 나누다가 밤이 더 깊어지기 전에 숙소로 향하기로 했다. 날이 이미 어두워졌으니 우버를 타고 숙소로 가려다가 프라하의 야경을 단숨에 지나치기 아쉬워 트램을 타고 가기로 했다. 우리는 구글맵을 켜고 트램 정류장으로 향했고, 쌀쌀한 공기는 우리를 슬쩍 스치고 지나쳤다.
아무래도 프라하의 중심부가 아니다 보니 지나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우리는 간간이 세워져 있는 은은한 가로등 불빛 사이로 지나쳐 정류장에 도착했고 이윽고 도착한 빨간 트램에 올라탔다. 유리창 너머 트램길을 따라 걸어가는 사람들조차 하나의 풍경이 되어 우리의 눈에 담겼다. 트램에서 느낄 수 있는 운치는 우리가 이곳을 조금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여운을 담아주었다.
트램의 바깥 풍경은 건물들이 뿜어내는 불빛으로 점점 밝아졌다. 시내 중심부 즈음에 도달할 즈음 타고 있던 트램에서 내려 환승을 하기 위해 정류장에 서서 트램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철저히 이방인이었고 사람들 속에 섞여있지만 제 3자의 시선으로 그들의 세계를 구경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괜찮은 경험이었다. 세상의 걱정도, 고민도 이 순간만큼은 우리의 몫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이 때문이었을까.
분명 이방인이 아님에도 이방인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기분을 쉽게 지워낼 수 없는 한국에서의 삶은 우리에게 눈앞에 있는 것들만 보도록 부추겼더랬다. 그렇게 좁아진 시야는 이제 눈앞에 있는 것조차 보지 못하도록 했다. 눈을 뜨고 있지만 그 어느 것도 볼 수 없었던 그 시기에 떠나온 이 여행에서 우리는 완전한 이방인이었다. 그렇기에 우리가 이곳에서는 철저한 이방인으로 존재하고 있단 사실이 두렵지 않은지도 모르지. 생각이 꼬리를 물고 늘어질 때 즈음 숙소 앞 트램 정류장에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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