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우리는 트램을 타고 숙소 앞까지 도착했다. 이미 어두울 대로 어두워진 프라하의 거리였지만 이대로 들어가기 아쉬워 머뭇거리다 결국 누군가 간단히 맥주 한잔 하자는 말에 가까운 펍을 찾아 나섰다. 우리가 머물던 숙소는 프라하 중심부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곳이었기에 지도를 켜놓고도 한참을 뒤적거려야 했다. 그러던 중 현 대장이 말한 숙소 앞 조그마한 펍을 알고 있다 했다. 우리는 망설임 없이 그 펍으로 향했다.
건널목을 건너자마자 우리 앞에 열려있던 조그마한 펍은 은은하게 어우러진 조명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우리는 펍에 들어가 이곳에 언제까지 있을 수 있는지 물었다. 직원은 고갤들어 우리를 힐끗 보더니 한시라는 무뚝뚝한 대답을 하며 다시 시선을 돌렸다. 뭐 이젠 이런 것에 익숙해졌으니 남은 우리의 여행에 더 집중해보자.
테이블도 좁고 고정되어있어 이어붙일수조차없었기에 그냥 두 테이블로 나눠 앉기로 했다. 생맥주를 하나씩 앞에 두고선 우리의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를 정도로 함께했던 이 여행에서 함께 만들어낸 에피소드를 하나하나 펼쳐놓고선 남은 시간을 즐거운 기억으로 꾹꾹 눌러 담고 있었다.
어쩌면 아쉬움일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그동안의 여행을 끄집어내어 보는, 하나의 미련일 수도 있겠다. 결국 일상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우리의 운명을 외면하기 위해 서로가 서로에게 건네는 암묵적 노력일 테지. 우리는 그곳에서 수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꺼내고 싶지 않은 감정은 끝내 외면하고선 꼬깃꼬깃 접어 텅 빈 맥주잔 옆에 남겨두고 숙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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