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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노트/월간 글노트

2021. 11. 월간 글노트

by 이 장르 2022.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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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불리 추워지지 않은 겨울 속을 거닐며 희미하게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있다. 변화를 준비하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막연함에 짓눌려버리는 감정은 무언가를 해낼 수 있을까 의문에 휩싸이곤 한다. 한 단계씩 나아갈 때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들에 의심을 품진 않지만, 잘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꾸준히 던져대고 있었다.

두려움이 더 커지기 전에 어느 지점까지 도달해야 한다는 목표치를 꽃아두니 그런대로 마음이 놓였다. 아니, 마음이 놓였다기보다 그곳까지 도달하려면 불안할 시간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된 걸지도 모르지.

마음껏 떠나지도 못한 채 살아온 지 벌써 2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낯선 향속에서 눈앞에 물든 하늘을 기억하던 그 시간을 기억한다.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선명한 사진처럼 아마 평생 내 기억 속에 머물러주길. 부디 그래주길 바란다. 그렇게 너를 기억하며 앞으로 맞닥뜨릴 무언가를 무사히 해낼 수 있도록.

길을 잃어야 여행이 시작된다는 말처럼 무의미하다고 여겨지는 우리의 모든 순간들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어냈는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는 무의미하다 여기던 것들을 되새기며 살아가겠지.

사람 사이, 무의미한 것마저 의미 있었다. 당장 손에 닿지 않는다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니었다. 어쩌면 우리의 조급함에 가려 의미를 찾지 못한 게 아닐까. 당신과 나의 삶이 겹쳐지던 그 지점에서, 우리는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발견조차 하지 못했던 서로의 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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