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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속에 갇힌 하늘을 며칠째 흘려보내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너무 더워 밖에 나갈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이제는 에어컨 전원 버튼보다 창문 손잡이에 손이 간다. 어제의 공기를 흘려보내고 오늘을 채우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이킨다. 이제 얼마 후면 아이스 아메리카노 대신 뜨거운 홍차를 마시고 있겠지.
하고 싶은 것을 위해 귀찮고 성가신 것을 해나간다는 것이 모순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꾸역꾸역 오늘을 채워냈다. 생각해 보면 빛나는 결과를 이끌어내는 과정은 그리 아름답지 않다는 것을 은연중에 알고 있으면서도, 그 과정에 결과와 비슷한 빛이 머물러있길 바라곤 한다. 그렇기에 예상치 못한 과정을 마주했을 때의 우리는 계획에 없던 무언가를 마주할 때 느껴지는 당혹스러움, 예상치 못한 것을 견뎌내야 한다는 것에 분노하곤 한다.
시간은 흐르고, 그 시간을 타고 우리를 둘러싼 환경도 흐른다. 그 안에 섞여있는 우리도 함께 흘러가겠지.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흘려보내야 할 때 흘려보낼 줄 알아야 하는 건 알지만, 이 부분은 언제나 낯설다.
밀려오는 차가운 공기들이 또다시 어디론가 떠날 때 즈음, 아마도 나는 또 새로운 걸 하고 있지 않을까. 계획대로 되는 건 없다지만, 그래도 무언가를 기다린다는 건 설레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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