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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노트/월간 글노트

2021. 09. 월간 글노트

by 이 장르 2021.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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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끊임없이 내리던 비가 지긋지긋하게 느껴졌던 게 아직 두세 달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선선한 공기가 반갑기까지 한 걸 보니 인간이 이렇게나 변덕스러운 존재다. 생각해 보면 사계절을 여러 번 지나쳤음에도 이전의 온도를 금세 잊어버리니.

오랜만에 느껴지는 시원함 틈새로 들어오는 습한 공기가 이상하리만치 몽글몽글하게 느껴지는 날이다. 익숙한 것이 익숙해지지 않을 때 비로소 그것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게 모순적이긴 하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네 가지의 계절을 설레는 기분으로 맞이할 수 있나 보다.

스쳐 지나가듯 바뀌는 공기를 타고선 우리도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다. 원하든 원치 않듯 그건 중요치 않은 듯. 세상으로부터 그 틈새에 끼워져있는 슬픔을 외면하는 거라고 배워왔지만, 가끔은 외면했던 그 감정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물밀듯 밀려온다.

우리가 슬픔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기쁨이라는 것만 경험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이 감정이, 우리를 쌓아가고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렇기에 슬픔이란 감정을 담담하게 마주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부디 그런 어른으로 자라날 수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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