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프라하 구시가지로 향했다. 여전히 구름은 하늘을 가리고 있었지만 그래도 어제보다는 조금 밝아진 하늘이다. 구시가지에 도착한 우리는 울퉁불퉁한 돌바닥에 발을 디뎠다. 점차 푸르러진 하늘 아래 펼쳐져있는 구시가지에서 인형탈을 쓰고 아이들을 이끌던 이와 양팔을 가득 벌려 그물로 비눗방울을 만들어주던 이에게 잠시 동안 빼앗겼던 시선을 다시 돌려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틈으로 향했다. 약속이라도 하듯 여러 개의 건물이 한 공간을 둘러싸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번화가 한가운데에 위치한 광장이 익숙지 않은 한국인이었다.
구시가지에는 그야말로 관광지였다. 이곳에는 우리가 프라하에서 꼭 보리라 다짐했던 것들이 한곳에 모여있었다. 광장을 둘러보며 사진 찍는 동안 일행 중 몇 명은 인형탈을 쓴 사람에게 돈을 건네고선 함께 사진을 찍었다. 사진 찍는 것조차 돈을 내야 했던 관광지였지만 그조차도 여행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리를 즐겁게 한다.
내일 아침이 되면 각자의 다음 여행지, 혹은 한국으로 향하게 될 것이라는 걸 알기에 우리는 별다른 말 없이 오늘의 체코를 최대한 눈에 담아 보기로 했다. 유럽에 도착했던 게 얼마 전 같은데 벌써 오늘이 우리가 일행으로 다니게 될 마지막 날이라니. 또다시 구름은 하늘을 조금씩 가리기 시작했고 우리는 희미해진 하늘색 아래에 카를교로 향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거닐고 있던 카를교 위에서 우리는 붉은 지붕들이 모여있는 건넛마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던 그곳에서 그림을 그리던 사람도, 버스킹을 하던 사람도 각자의 자리에서 오늘을 살아가고 있었다. 3월의 공기는 여전히 차가웠지만 우리가 이곳을 언제 또 눈에 담을 수 있을까 싶어 카를교 끄트머리 한편에 자리를 잡고선 서서히 물들어가던 하늘을 눈에 담았다.
시간이 얼마나 흐른 걸까.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걸 보고서도 여전히 오늘에 대한 미련 때문에 카를교에서 떠나지 못하는 우리였다. 아쉬움을 줄여보고자 조금이라도 부지런히 움직여보기로 했다. 트램을 타고 구시가지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프라하성에 도착했다. 여전히 구름을 하늘을 숨기고 있었기에 프라하 성의 풍경은 여전히 아쉬웠지만, 이곳 스타벅스에 앉아 창밖으로 펼쳐져있는 붉은 지붕을 보며 우리의 유럽여행을 되새겨보는 것도 꽤 괜찮구나 싶었다.
우리는 스타벅스의 가장 위층으로 올라가서 서로의 사진을 여러 장 찍어주고선 마지막 저녁으로 어떤 메뉴를 골라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의 마지막 저녁은 코젤 직영점으로 정해졌고, 우리는 기쁨과 아쉬움이 뒤섞인 감정을 눌러 담으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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