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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노트

코로나 확진 기록 0일차 :: PCR검사

by 이 장르 2022.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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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출근길, 엄마의 확진 소식을 접하고선 바로 버스에서 내렸다. 일단 팀장님께 전화를 드리고 PCR 검사하는 곳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걸어서 30분 정도의 거리지만 그래도 걸을만했다. 한겨울이었다면 걱정을 했겠지만 날씨가 꽤나 많이 풀렸기 때문에 걸어가기 나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확진을 피해가면 좋겠지만 현재 확진자수를 보면 그러기 쉽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부득이하게 함께 작업했던, 그리고 함께 직장에 다녔던 지인들이 확진이었을 때도 마음 한편에 나는 당연히 음성일 거라는 이상한 믿음이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런 느낌이 늘 있었고, 실제로 그 느낌이 맞았다. 하지만 이번은 좀 달랐다. 확진일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좀 강하게 들었다. 이번에도 여전히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었지만 직감적으로 그렇게 느껴졌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걸어서 도착한 PCR검사장소는 아직 굳게 문을 걸어 잠그고 있었다. 9:30까지는 한 시간 남짓한 시간이 남았다. 카페에 들어가 기다릴까 하다가 확진이 될 수 있다는 묘한 직감에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10퍼센트도 남지 않은 핸드폰 배터리를 충전하며 모처럼 생긴 여유를 낭비해보잔 생각에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뒤적였다. 클립 영상들을 몇 개 해치우고선 몸을 일으켜 다시 PCR 검사장소로 향했다.

 

이미 한시간남짓한 거리를 걸어온 터라 버스를 타고 싶었지만 왠지 타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또다시 30분 걸리는 거리를 걸어갔다. 작년 겨울 밀접 접촉으로 검사를 받으러 갔을 때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는데 이번엔 기다리지 않고 바로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검사를 받고선 집으로 왔다.

 

확진이 되면 내가 포기해야하는것이 무엇일까 생각에 잠겼다. 간간이 잡혀있던 약속들, 워킹홀리데이를 가기 위해 다니고 있던 라테아트 클래스, 그리고 기획하고 있던 콘텐츠 첫 촬영 등. 회사는 퇴사가 두달도 남지 않았기에 업무를 마무리 짓고 인수인계를 조금씩 진행하고 있어 당장 일주일을 쉰다고 해도 부담이 되는 부분은 없었다. 포기해야할 부분이 분명 있긴 했지만 일부는 어느 정도 대체방안이 있는 것들이었다. 물론 라테아트 클래스를 못 간다는 게 아쉽긴 했지만.

 

확진으로 얻을 수 있는 부분은 뭘까. 일단 워킹홀리데이 출국 전까지 더 이상 확진에 대해 걱정하지 않게 됐다. 물론 재감염이 될 수 있단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겠지만 첫 확진될 가능성보다 재 확진이 될 가능성이 낮으니 그걸로 됐다. 그리고 당장 촬영조차 못했던 이번 주 유튜브 영상을 제작할 시간이 생겼으며, 사놓고 시간이 없어 읽지 못했던 책을 들여다볼 시간이 생겼다. 어느 순간 아파 드러누울지도 모르지만 분명 코로나로 인해 얻어갈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어쩌면 이번 일주일 동안 많은 것들을 해볼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에 조금 설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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