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얼마만의 늦잠일까. 결과가 오전 9시쯤에 나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울리는 알람을 끄고 나서 또 눈을 붙였다. 확진이면 확진 인대로, 아니면 아닌 대로 오늘은 늦잠이 허락된 평일이었다. 느지막이 눈을 뜨고선 시계를 봤더니 아직도 8시였다. 아무래도 몸이 출근을 기억하나 보다.
유튜브를 뒤적였다. 오늘 늦잠을 잘수있다는 생각에 늦은 밤까지 뒤적거렸던 영상들이 그대로 올라와있었다. 아쉬움에 핸드폰 화면을 끄고선 몸을 일으켰다. 냉장고를 여니 며칠 전 엄마가 가져다 둔 국과 반찬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한동안 텅 비어있다시피 하던 냉장고가 이렇게 채워져 있는 것이 어색하기만 했다. 가까워 보이지만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가야 하는 엄마 집은 뚜벅이에게 여전히 먼 길이었다. 운전을 하고 다니면 자주 가게 되려나. 생각해보니 또 그렇진 않을 듯했다.
간단하게 차려먹고선 노트북을 열어 오늘 퇴근 후 촬영할 영상에 대해 정리하기 시작했다. 시간은 벌써 9시에 가까워가고 있었다. 스크립트를 다듬고 있다 울리는 진동에 핸드폰으로 시선을 옮겼다.
'코로나19 검사 양성 통보 및 격리 통지'
음성이란 단어만 보다 보니 양성이란 단어가 낯설게 느껴져 몇 차례 다시 읽었다. '확진(positive(+))'라는 단어가 여과 없이 양성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확진일 수도 있겠다는 어제의 직감이 맞아 들었다. 아, 나도 확진자구나.
일단 회사에 전화해서 양성임을 알렸다. PCR 검사를 받았던 날이 월요일이었고 그 전날은 주말이었기에 그나마 다행이지 싶었다. 갑자기 일주일간의 휴가가 생겼다. 어제 막연히 생각했던 것들이 현실이 됐다는 생각에 당장 일주일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해보기 시작했다.
격리하는 동안 3개의 영상을 올려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주제를 간략하게 정리했고, 작년부터 만들어두기만 했던 플레이리스트 채널에 영상을 만들어 올려 보기로 했다. 다행히 목이 먹먹한 것 이외엔 불편한 점이 없었고, 부디 남은 격리기간 동안 많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글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로나 확진 기록 5일차 :: 벌써 주말 (8) | 2022.04.12 |
---|---|
코로나 확진 기록 4일차 :: 평일의 끝 (14) | 2022.04.07 |
코로나 확진 기록 3일차 :: 고민과 자유로움 (8) | 2022.04.06 |
코로나 확진 기록 2일차 :: 오히려 좋아 (18) | 2022.04.04 |
코로나 확진 기록 0일차 :: PCR검사 (12) | 2022.03.2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