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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로 보내는 평일이 끝났다. 어차피 나가지도 못하지만 격리가 아니더라도 약속 없는 날엔 집에 있는 걸 좋아하다 보니 격리 생활은 나에게 그저 긴 주말처럼 느껴졌다. 의도치 않았지만 장 보러 나갈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냉장고의 음식들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격리 시작했을 때 시켜뒀던 세 마리 치킨은 마지막 남은 몇 조각을 마지막으로 냉장고에서 볼 수 없게 됐다. 어쩌다 보니 쌓아두기만 했던 빵과 냉동식품, 그리고 엄마에게 받아왔던 반찬들이 꽤 줄어들어있었다.
어쩌면 욕심이었을지도 모른다. 별생각 없이 냉장고를 채워갔던 것처럼 당장 필요치 않았던, 혹시나란 말로 붙잡고 있던 것들이 사실은 욕심이었을 수도 있겠구나. 헛헛한 마음에 꾸역꾸역 사다 둔 음식들을 정해진 기한 내에 해치워야 했던 숙제처럼 먹었던 지난날을 돌아보니 그건 분명 욕심이었다.
너무나 사소해 쉽게 지나칠 수 있었던 것도 새삼스러워지는 순간이다. 한정 안에서 쉽사리 지나쳐버렸던 것들에 조금 더 시선을 머무를 수 있던 시간이었다. 더 큰 자극을 위해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는 우리의 삶은 당연스럽지 않은 당연한 것들로 채워져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구나. 꾸준히 새로운 자극을 갈망하는 우리의 모습이 이렇게나 어리석다.
어쩌면 이렇게 단절된 시간이 있어 익숙한 것의 낯섦을 경험할 수 있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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