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격리 기간의 절반 정도를 지나고 있다. 남들처럼 이불을 싸맬 정도로 아픈 건 아니었지만 또 그렇다고 해서 증상이 없는 건 아니었다. 여전히 목은 칼칼했고 한두 마디 내뱉을 때마다 마른 기침이 얹혀 나와 꽤 불편했다. 그럼에도 이렇게 마음껏 여유를 누릴 수 있던 게 얼마 만일까. 겸사겸사 유튜브에 올릴 영상을 몇 개 만들어 두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스크립트 파일을 열어 대략적인 내용을 적어보기 시작했다. 블로그도 벌써 4년 차, 유튜브도 이제 1년이 다 되어가다 보니 확실히 예전보다 수월하게 써지는 느낌이 들어 문득 낯설어졌다.
기분 좋은 낯섦이다. 가공되지 않은 형태의 글을 쓰면서도 하고 싶은 내용을 담아낼 수 있다는 게 그저 기특할 뿐이다. 꾸준함 하나로 붙들어왔던 이 모든 것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다. 이럴 때마다 나는 앞으로의 꾸준함 또한 스스로에게 약속받은듯한 기분이 들곤 한다.
창문을 열고선 캔들에 불을 붙였다. 며칠 전에 생일을 맞이해 선물로 캔들을 몇 개 받았다. 겸사겸사 격리하면서 아침저녁으로 향을 바꿔가며 켜 두고 있다. 캔들 켜 두는 걸 하나의 이벤트쯤으로 여겼던 나는, 선물로 캔들을 받을 때면 별 감흥이 없었더랬다. 그러다 격리를 시작하면서 밋밋한 집 공기에 뭐라도 얹어보자는 마음에 켜둔 캔들로 요 며칠 은은한 위로를 받고 있다. 코로나 확진이란 게 분명 좋지 않은 일인 건 맞지만 또 이렇게 하나씩 발견해나가는 재미를 찾을 수도 있지 않나 싶다.
확실히 날이 많이 풀렸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하루 종일 창문을 굳게 닫고 있었는데 지금은 창문 너머의 공기가 들어와도 상쾌하다는 느낌이 드니, 이제 정말 봄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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