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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록/2019 유럽 🇫🇷🇨🇭🇦🇹🇨🇿🇭🇺

유럽 5-1. 헝가리 부다페스트 Hungary Budapest🇭🇺

by 이 장르 2022.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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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피로와 함께 무사히 부다페스트행 비행기에 올랐다는 안도감이 뒤섞여 점점 긴장이 풀어지고 있었다. 두 시간 남짓한 비행시간 동안 눈을 붙이기 위해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몸이 붕 뜨며 이륙을 하는 순간 비행기는 엄청난 소리를 내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와 희 언니는 좌석지정을 따로 해두지 않아 떨어져 앉아있었지만 지금 서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어렴풋이 느껴졌다. 우리, 무사히 헝가리에 도착할 수 있을까.

 

한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눈을 붙이지도 못하고 도착하기만을 계속 바라고있었다. 그렇게 잠도 제대로 못 잔 채 빨개진 눈으로 고대하던 부다페스트 공항에 도착했다. 무사히 도착했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며 짐을 찾아 나왔고, 공항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표를 결제하려 키오스크 앞에 늘어져있던 줄 끄트머리에 섰다. 앞사람이 하나둘 사라질 동안 표 발급받는 방법을 열심히 검색했더랬다.

우리의 차례가 오고 우리는 아까 찾아둔 블로그에서 알려주던대로 따라 키오스크 화면을 넘겼다. 무난하게 진행되고 있을 무렵 'PIN NUMBER'를 입력하라는 문구가 떴고, 당황스러움에 일단 취소를 누르고선 옆으로 비켜섰다. 그동안 일행들이 하던 대로 따라만 했던 우리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보람찬 여행이라 생각했던 그 모든 순간들이 사실은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이루어졌단 걸 새삼 깨달았다. 여행을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그 뒤에서 우리의 걱정까지 끌어안고 있었을 이들의 수고로움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프라하에 있던 대장들의 도움으로 PIN NUMBER를 해결하고 나니, 이제는 희 언니의 카드가 말썽이었다. 언니의 카드는 왜인지 결제가 되지 않았고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언니는 버스 표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버스 타는 것조차 쉽지 않구나 생각하던 중에 직원인지 아닌지 모를 남자가 약간의 인상을 쓰며 우리를 향해 헝가리어로 무슨 말을 하기 시작했다. 당황스러웠던 우리는 또다시 황당하여있었고, 그 사람은 우리가 손에 쥐고 있던 표를 가리키더니 다른 정류장 쪽을 가리켰다. 무뚝뚝한 친절함에 당황스러움과 감사한 마음이 공존했던 순간이었다.

부풀대로 부풀어버린 캐리어를 끌고선 겨우겨우 버스를 탔다. 날이 흐려서인지 기분 탓인지 회색빛의 풍경이 끝없이 늘어져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환승정류장에서 내릴 수 있었다. 구글맵을 보며 이리저리 헤매고 있는 우리를 보더니 버스를 기다리시던 헝가리인 아주머니 두 분께서 우리에게 도와주겠다는 말을 건네셨다. 분명 이 고생조차 우리의 선택이었음을 알면서도 낯선 곳에 던져져 차오를 대로 차오른 경계심이 그들의 호의를 무참히 던져버렸다. 두려움에 마음의 여유조차 찾아볼 수 없던 우리는 이들을 피하기 위해 도망치듯 지하철 입구로 들어갔다.

이들의 호의는 이런 방식이었다는 것을 여행이 끝날 때 즈음에서야 깨달은 우리였다. 그 당시 우리는 누군가의 호의를 호의 그 자체로 받아들이지 못했더랬다. 물론 어디를 가든 차별을 피해 갈 순 없었지만, 여행 중 마주했던 대부분의 헝가리인들은 친절했고 따뜻했으며 낯선 이를 돕는 것이 익숙한듯했다. 물론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지만 마음도, 시야도 좁아졌던 그때, 우리에게 다가온 호의의 손길을 호의로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여전히 마음 한편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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