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는 벌써 해가 뉘엿뉘엿 내려가고 있었다. 오늘이 벌써 우리가 일행으로서 함께하는 마지막 밤이라니. 말로 표현하기 애매하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가 처음 동행하게 된 그날, 그저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조금 더 안전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뿐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그랬겠지. 어쩌면 미지의 장소에 대한 우리의 두려움이 이곳까지 함께 할 수 있도록 해 준 걸 지도 모른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던 우리는, 그때만 해도 함께하는 시간이 지나 서로 다른 목적지에서 홀로 거닐게 될 이 순간을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좋은 기억 속에서 함께였기 때문일까. 아마 나의 기억 속 이들은 영원히 이 모습 그대로 남아 줄테지. 그들의 기억 속 나 또한 이 순간의 모습으로 머물고있겠지.
우리는 함께보낼 마지막 밤을 우리의 방식대로 기념해 보기로 했다. 가까운 마트로 향한 우리는 와인으로 카트의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채웠고 그 위에 음료수와 과자, 과일, 냉동식품 같은 것들을 쌓아 올렸다. 계산을 마치고 나온 우리의 양손에 터질듯한 비닐봉지가 하나씩 들려있었다. 그렇게 겨우겨우 도착한 숙소에서는 다른 일행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뒀더랬다.
동그랗게 둘러앉은 우리는 마트에서 사 온 와인을 하나씩 열었다. 알싸한 와인 향이 방안을 가득 채웠고, 돌아다니다 호기심에 샀던 초록색 요정이 그려져있던 술도 함께 열었다. 여전히 여행 중이면서도 이 여행을 그리워하는 우리의 모습이 모순적이지만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어떤 감정일지 어렴풋이 알고 있을 테지.
우리는 그렇게 함께하는 프라하의 마지막 순간을 물들이고 있었다. 이렇게 물든 마음을 각자 나눠가지고서 가끔 꺼내보겠지, 또다시 그리워지겠지. 지금 이렇게, 이 이야기를 다시 기억해 써 내려가는 지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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