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키로가 훌쩍넘는 캐리어를 끙끙대며 희언니와 지하철 입구로 들어갔다. 우리는 구글맵에서 알려주는 환승버스역 앞쪽 입구로 나와 캐리어에 지친 몸을 걸터앉고선 잠시 숨을 돌렸다. 내가 잠시 쉬고있는동안 언니는 지하철역에서 티켓을 사 오겠다고 했다. 마음만은 언니와 함께 가고싶었지만 합쳐서 오십키로는 족히 넘어보이는 캐리어를 또다시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은 못할짓이었다.
역으로 들어간지 30분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는 언니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연락을 할까 하다가 재촉하는것처럼 느껴질까봐 일단은 연락하지 않고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언니를 기다리는동안 구글맵을 열어 우리가 어느 역에서 내려야 하는지 체크하고있으니 지하철역 입구에서 언니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조용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선 우리는 각자의 캐리어를 챙겨들고 파란색 버스에 올라탔다.
얼마나 갔을까. 내려야 될 역에 거의 다다랐지만 이곳이 맞을까 싶을정도로 삭막한 풍경이었다.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찾아봤던대로 버스에서 내려 숙소 위치를 가리키던 구글맵과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번갈아 확인하고있었다. 분명 내가 예약한 숙소는 중심부였는데 여긴 확실히 중심부는 아니었다. 우리가 잘못 찾아온 걸까. 일단 가만히 멈춰있을순 없으니 캐리어를 끌고 주변을 빙빙 돌았다. 우리가 내렸던 곳의 반대편 정류장은 말그대로 시멘트 덩어리였고 그 위에 한두가지 색의 락카로 듬성듬성 칠해져있었다. 지나다니는 사람조차 찾아볼수없어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던 중에 입구에 빨간 빛이 새어나오던 작은 건물을 발견했다. 그 숙소 건물 뒤로는 오래된 아파트들이 듬성듬성 놓여있었고, 그 아파트 단지는 철조망으로 둘러싸여있었다. 예전에 중국 외곽지역 쪽에서 봤던 모습이라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 숙소는 내가 예약했던 숙소 사진과는 너무 다른 모습을 하고있었지만 일단 들어가서 물어보기로 했다. 나이가 지긋하신 직원분이 인포데스크에서 우리에게 인사를 건넸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 숙소의 예약자명단에서는 우리의 이름은 찾을 수 없었다. 우리는 직원분에게 우리가 예약했던 숙소의 주소를 구글맵에 찍어 보여주며 물어봤지만 모른다는 대답만 듣고선 그곳을 나왔다.
그곳을 나와 예약홈페이지에 나와있던 숙소 담당자에게 전화를 해보기로 했다. 유럽 사람들의 영어 발음은 워낙 강한 편이라 알아듣기 쉽지 않다는걸 알기에 웬만하면 전화하지않고 찾아보려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고, 몇번의 통화연결음과 함께 독일이라는 위치와 함께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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