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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여운

영화 :: '택시운전사' 후기

by 이 장르 2022.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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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목해야 살아남는 세상이다. 곧 터져버릴 듯한 광기 어린 시선으로부터 벗어나는 것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사실과는 별개로 그저 말 한마디로 타인을 고립시킬 수 있다는 것이 무기력에 잠기도록 내버려 둔다. 아니, 어쩌면 지금도 그 연장선 위를 위태롭게 견뎌내고 있을지도 모르지.

당신은 삶에 감사하는가. 어쩌면 당신이 감사하는 그 삶은 누군가의 피로 쓰였을지도 모른다. 그 피가 굳어 짙어졌다는 이유만으로 변색을 탓하고 있는 그들에게 환멸 느낀다. 일제로부터 자유를 되찾기 위해 수없이 투쟁했던 지난날의 희생이 무색해질 뿐이다. 쓸어내고 남은 찌꺼기들이 남아 또다시 역사의 자유를 앗아가는구나. 배운 것이 그뿐이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까.

그렇게 이름도 모를 수많은 사람의 피는 한곳을 가리키고 있다. 진실이 드러나고 있음에도 여전히 눈을 감아버린 채로 누군가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스스로를 부정하고 있는 이들이 들이밀던 정당성의 근거엔 엉겨 붙어 굳어버린 피비린내가 날뿐이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증발했다. 탁한 연기에 휩싸이고 나면 그 후엔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함께 꿈꾸던 이들의 꿈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조차 더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니게 되어버린 이 사회를 지켜내기 위해 붉은빛을 흩뿌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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