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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누군가를 한평생 동안 사랑해 본 적 있는가. 운명이란 단어가 무색해질 정도로 지독한 외사랑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이 기분이 나를 저 아래 끝까지 끌어내고 있었다.
그저 음악이 좋았을 뿐이다. 욕심이라곤 무대 위에서 내 음악이 마음껏 뛰노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단지 좋아서 시작했던 음악에 옥죄어질 줄이야. 좋아하는 이유가 없듯 괴로운 이유 또한 그 어디에도 없었다.
사랑한다 해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겠는가. 어쩌면 나 또한 음악의 모든 것을 사랑하진 못했을지도 모른다. 누구를 위한 예술인가에 대한 질문에 나는 사라진지 오래,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그 자리는 이미 타인이 꿰차고 있었다.
그렇게 날아오르고자 시작했던 음악은 결국 내 발목을 붙들었다. 넘어지고 또 넘어지면서도 바보같이 그게 행복인 줄 알았다. 당신들이 말하던 그 상업성이란 게 그동안 나의 세월을 한순간에 무색하게 바꿔버릴 수 있다는 걸 알지 못한 채로. 분명 큰 무대를 바랐던 것도 아닌데 단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단 소소한 절실함조차 나에겐 사치였던 걸까. 어쩌면 이 절실함이 나를 더 구차한 인간으로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떠난다 해도 흔적조차 남지 않을 삶이구나. 그럼에도 누군가의 기억 끄트머리에라도 머물러보고 싶어 지겹도록 곡을 써 내려갔다. 어쩌면 너와 나, 내가 쫓던 음악이란 존재는 완벽한 타인, 그렇게 언제 헤어져도 이상한 것 하나 없을 그런 사이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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