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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좋은 책 ::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후기

by 이 장르 2022.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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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이 절실히 필요하게 되는 순간
그 어떤 지식이나 지성도 다 무용지물이 된다.

- 솔 벨로 Saul Bellow

 

인간은 현실적인 선택을 선호한다. 현실적인 선택을 했을 경우 이상적인 것에 도달하기 위해 들여야 하는 에너지보다 적은 에너지를 들여 자신이 원하는 선택의 결과를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현실이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는 상태일 때만 적용된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인간은 극한의 상황으로 밀려나 더 이상 자신의 노력이 스스로에게 어떠한 영향력도 지니지 못할 거라는 판단의 결론을 내려버린 순간부터 이상을, 아니 이상조차 넘어버린 환상을 갈망하게 된다. 우리가 보기엔 그 내용이 어떤 방식이든 말이 되지 않는다 해도 극한에 처해진 인간은 자신의 이성을 외면해버린다.

 

그렇게 인간은 자신의 환상을 어떠한 존재에 투영시켜버린다. 그리고 그 존재가 자신의 환상을 이뤄줄 것이라 굳게 믿어버린다. 문제는 이러한 인간의 습성을 악용하려는 인간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들이 원하는 환상을 어설프게 흉내 내주는 대가로 그들의 삶 자체를 요구한다.

 

 

 

 

부를 경멸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너무 신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부를 얻을 가망이 없는 사람들이 부를 경멸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사람들이 부를 얻게 되면 그들만큼 상대하기 곤란한 사람은 없다.

- 프랜시스 베이컨 '베이컨 수상록'

 

인간은 기본적으로 더 나은 삶을 추구한다. 사람들의 인정이든, 스스로의 만족이든 그 방식과는 상관없이 더 나은 삶을 위해선 필연적으로 최소한의 금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무의식중에 인지하고 있다. 물론 그 최소라는 기준은 다양하겠지만 말이다.

 

나는 돈에 욕심이 없다는 사람을 경계한다. 이는 돈에 미온적인 감정을 가진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부를 경멸하는 태도를 보이는 사람을 경계한다는 것이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내가 여태 만나왔던 이러한 성향의 사람들은 스스로 남들이 말하는 '부'를 얻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기에 자신이 돈을 선택하지 않은 것처럼 묘사한다. 하지만 이러한 사람들은 자신의 판단과 달리 돈을 얻게 된다면 그들의 태도는 달라진다. 놀라울 정도로 부를 경멸했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돈에 대한 집착을 보인다. 또한 자신보다 부유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을 열등하다고 여길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들의 이중성은 사람들에게 돈에 욕심부리지 말 것을 강요하는 행위로까지 이어진다.

 

돈을 좋아하는 것을 나쁜 것이라 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란 끝없는 욕심을 지닌 존재이며, 그 욕심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돈이라는 수단을 선호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른다. 단지 이들을 멀리하려는 이유는 스스로의 모습을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과연 돈과 관련된 부분에 국한하여 솔직하지 못한 태도를 내비칠 것이라 생각하는가. 어쩌면 이들은 삶의 전반에 걸쳐 이와 같은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이들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

 

 

 

 

프롬은 나치 독일에서 발생한 파시즘에 주목했다.
왜 비싼 대가를 치르고 획득한 '자유의 과실'을 맛본 근대인이

그것을 내던져버리고 파시즘의 전체주의에 그토록 열광했을까?
자유에는 견디기 어려운 고독과 통렬한 책임이 따른다.
이 고독과 책임을 감당하고 견디면서,
더욱이 진정한 인간성의 발로라고 할 수 있는 자유를
끊임없이 갈구함으로써 비로소 인류에게 바람직한 사회가 탄생하는 법이다.

 

인간이 자유를 얻어내 감당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인가. 모든 인간은 평등하며 자유로운 존재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당연한 말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인간은 기본적으로 탐욕스러운 존재라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공평하게 나눠진 자유만으로 살아가기보다 타인의 자유를 약탈해 더 많은 자유를 누리고 싶어 하는 존재가 인간이다. 그렇기에 당연하게 여겨지는 자유라는 것은 얻기 위해, 그리고 유지하기 위해 우리가 감내해야 하는 고통의 존재를 외면할 순 없는 것이다.

 

자유의 존재는 당연하지만 인간이 그것을 누리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인간이 자유를 누리며 살아가는 것 자체가 자연적인 현상이었다면 법이나 도덕적 규범으로 자유의 제약에 대한 규정을 정할 필요가 없을뿐더러 이에 대한 꾸준한

 

우리는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이것을 얻기 위해, 그리고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했는지에 대해 역사를 통해 배우고 있다. 서로의 자유를 존중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꾸준한 배움은 청소년기에 국한되지 않으며 다양한 대상에게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이전의 과오를 되새김질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주고 있다.

 

자유는 하나의 무형 자원으로 무제한적이지 않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각자가 지니고 있는 자유를 어떻게 활용할지 꾸준히 생각해 보며 자유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것이 인간의 숙제가 아닐까.

 

 

아렌트는 '평범'이라는 말을 사용하여
우리도 누구나 시스템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악을 저지를 수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다른 말로 바꾸면 보통 악이라는 것은 악을 의도한 주체가
능동적으로 저지르는 행동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렌트는 오히려 악을 의도하지 않고 수동적으로 저지르는 데에
악의 본질이 있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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