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하나하나 정리되어가고 있다. 오늘은 시간이 좀 생겨 커먼웰스 계좌를 만들어 두기로 했다. 대부분 2~3주 전에 신청해두고선 출국을 한다던데 3주나 4주나 별 차이 없겠지. 근데 웬걸, 계속 오류가 뜬다. 혹시나 해서 '커먼웰스 오류'라 검색해 보니 나만 이런 오류가 뜨는 게 아니었나 보다. 여러 번 시도하다가 계좌개설한 사람도 있고, 포기하고선 호주 입국 후 만든 사람도 있단다. 아마 나는 후자가 되지 않을까 싶다.
생각해 보니 어차피 호주 입국 후 만들 거라면 다른 은행 계좌를 만드는 것도 괜찮은듯싶었다. 커먼웰스뱅크의 장점이라면 입국 전 한국에서 만든 후 현지에서 카드를 찾아 바로 쓸 수 있다는 건데, 이게 안된다면 꼭 여기서 만들 필요는 없지. 호주는 계좌 유지비라는 게 있는데, 말 그대로 계좌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월 얼마씩 내야 하는 비용이다. 커먼웰스뱅크는 조건부로 계좌 유지비를 받지만, 냅뱅크는 계좌 유지 비 자체가 없기 때문에 어차피 은행에 직접 가서 만들 거라면 냅뱅크로 가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일단 급한 대로 신한은행에서 글로벌 멀티카드를 신청해뒀다. 어플로 신청하고 영업점에 가야 되는 거라 좀 불편하긴 하지만 어차피 퇴사하니까 뭐. 일단 여기다가 환전해두고 쉐어구하고 카드 받을 때까진 이걸 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역시나 예상대로 흘러가주는 것은 없었다. 크고 작은 걸림돌에 넘어지고 또다시 일어나는 나날들의 반복이라는 걸 알면서도 또다시 넘어진다. 모든 게 내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모순적이게도 내가 여행을 다니는 이유이자 나에겐 또 다른 배움이다. 한국에 있는 순간들이야 당연하지 않은 것들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갈 수 있겠지만, 한국이 아닌 곳에 머무는 나 자신은 그 어느 것도 혼자 해내지 못하는 우주먼지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다는 걸 몸소 체험할 수 있다. 그럴 때마다 신기하게도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하나하나 헤쳐 나갈 수 있었고, 비로소 나의 여행들은 그렇게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이렇게나 많은 호의를 받고 살아가고 있었구나. 잊고 살았던 모든 것들이 소중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또다시 현실로 돌아온다면 어리석게도 이 또한 희미해질 테지만, 이번엔 이곳에서 긴 시간 동안 머물 수 있으니 마찬가지로 이전보단 좀 더 오래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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