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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으로서의 기록

🇦🇺 D-45 워홀 비자 승인

by 이 장르 2022.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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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출근해서 일하고 있는데 구글 메일 알람이 떴다. 호주 이민성은 로그인만 해도 성공적인 로그인이 됐다며 메일을 보내는데 흘긋 보니 제목에서 뭔가 좀 다른 단어들이 보였다. 비자 승인 났나? 다들 신체검사하고 나서 하루 이틀 만에 비자 승인 났다던데.. 아무리 주말에 신체검사를 했다지만 평일이 4일씩이나 지나고 있으니.. 성공적인 로그인 메일 말곤 받은 게 없어 걱정하고 있던 때였다. 드디어 나도 비잖아온 건가.

 

메일을 열었다. 이리저리 읽어봐도 비자 승인 났다는 내용이었다. 첨부파일에 있는 Working Holiday 옆 Grated가 한동안 눈에 아른거렸다. 드디어 또 하나 해결했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면서 웃음이 났다. 나 정말 가는구나, 실감되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물론 도착해서 다시 또 살아야 할 플랫을 구하고 일자리도 구해야 하겠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나름 잘 해낸 나 자신이 기특했다.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워홀비자를 받아 해외로 나간다는 걸 알곤 있었지만, 귀찮고 신경 써야 하는 이 과정들을 다 해낸 거라 생각하니 새삼 그들이 대단해 보였다.

 

 

 

 

 

멀리서 보면 별것 아니어 보이는 것들이 실제로는 꽤 많은 수고를 들여야 해낼 수 있는 거란 걸 깨달아가는 과정이 인생이 아닐까 싶었다. 해보기 전까진 알 수 없음을 알기에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배워가고 있다. 물론 쉬운 일만 해내면 되는 세상이라면 얼마나 좋겠느냐만 나이가 쌓여간다는 건 이런 걸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는, 그러니까 홀로 설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모순적이게도 홀로 설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왜 그땐 알지 못했을까.

 

워킹홀리데이 나이 제한 끝 무렵에 겨우겨우 문 닫고 들어가는 나를 보며, 왜 나이에 맞지 않는 경험을 선택하냐 말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같은 경험이라도 나이대마다 얻어 갈 수 있는 것들이 다르다. 뭐 이게 놀라운 건 진 모르겠지만.

 

 

작년쯤이었나, 협업을 하나 한 적이 있다. 나는 그 프로젝트에서 총괄을 맡게 됐고, 그중 마무리를 담당하던 친구가 스무 살이었다. 분명 도움이 필요할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프로젝트 제출기한이 다가올 때까지 프로젝트에 대해 별 얘기 없었기에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뭐 사실 결과물이 안 나오면 내가 마무리 지을 생각이었다. 역시나 그 친구는 마감일을 며칠 남겨두지 않고 연락을 했고, 나는 예상대로 수습해 마무리 지었다.

 

솔직히 화가 나진 않았다. 그 친구가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할 확률이 월등히 높다는 것을 은연중에 알고 있었다. 스무 살에겐 스무 살에 걸맞은 기대를 해야 한다. 그 친구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경험하길 기대했던 건 책임감을 느껴보는 경험, 그리고 그에 따른 압박감과 스트레스였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무언가를 맡아 해내는 그 과정 속에서 수많은 고민을 해보길 바랐다. 물론 결과물까지 만들어낸다면야 좋겠지만,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않아도 괜찮았다. 아마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이후 다른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면 더 나은 모습으로 참여하겠지.

 

그 친구가 나에게 도움을 청했을 그 시점엔 내가 그 친구에게 기대했던 경험을 대부분 마친듯했다. 내 기준에서 볼 때 그 친구는 분명 노력했다. 그래서 신기하게도 퇴근 후 집에 와 새벽까지 그 프로젝트를 수습하면서도 불쾌하거나 화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프로젝트를 수습하고 마무리 짓는 데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결과물을 내는 행위는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내 몫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내가 이 프로젝트에서 얻어 갈 수 있는 경험이었다.

 

이렇게 하나의 프로젝트를 가지고도 각자 경험할 수 있는 것이 다르다. 마찬가지로 워킹홀리데이라는 것도 경험도 이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삶의 영감이 각자 다르다는 것이다. 어쩌면 나는 지금 워킹홀리데이를 가게 된 것이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삶의 가치관의 어느 정도 정립되어가고, 내 주관이 어느 정도 뚜렷해진 상태에서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환경에 놓이는 것이니 말이다. 호주에서의 워킹홀리데이 경험을 통해 스스로에게 기대하는 것 또한 비교적 명확하다. 물론 인생이란 게 생각대로 흘러가 주진 않겠지만 분명히 경험이 새로운 시각을 선물해 줄 거란 기대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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