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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으로서의 기록/2023 🇦🇺

🇦🇺우리 사이의 거리

by 이 장르 2023.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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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하우스메이트와 처음으로 둘이 집이 아닌 밖에서 만났다. 사실 그게 처음인 줄 모르고 있다가 펍에 가서 얘길 하는 동안 내가 하우스메이트였던 C에 대해서 아는 게 많이 없구나 싶더라. 아쉬운 마음에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펍으로 향했지만 서로에 대해 아는 게 많이 없던 우리 사이엔 어색한 침묵이 자주 스쳐 지나갔다. 생각보다 내가 너에 대해 많이 아는 게 없구나. 서로가 서로에게 거리를 느꼈던 그 시간 이후로 우리는 서로의 시간을 겹쳐보려 하지 않았구나.

시간은 정해져있지만 그걸 어느 곳에 사용하느냐는 서로의 선택에 달렸더랬다. 나는 나의 일과 친구들을 선택했고, 너는 너의 일과 하우스메이트들을 선택했더랬다. 그땐 서로의 다름이 서로에게 불편함으로 느껴졌더랬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거리를 둘 필요가 있었나 싶지만, 그 당시의 우리는 조금의 거리를 두고서 서로를 바라보던 그 시간들이 지금의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서로를 마주할 수 있게 해준 게 아닐까 싶다.

서로 다른 환경, 서로 다른 문화에서 오랜 시간 살아왔으면서 어떻게 비슷한 생각을 하길 바랐을까. 말도 안 되는 것들을 바라왔던 우리였다. 우리는 어렸고, 여전히 어리겠지. 하지만 확실히 타국에서 홀로 살아남는 것은 쉽지 않음은 어렴풋이 알고 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온 네가 나에게 힘들다고 했던 그 순간들을 기억한다. 네가 가장 의지하던 가족들이 힘들게 결정한 너의 것들을 인정해 주지 않았을 때 흘렀던 너의 눈물들을 기억한다. 불안정한 너의 상황들 때문에 접어야만 했던 너의 마음을 기억한다.

내가 어떻게 너의 순간들을 잊을 수 있으랴.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그리 많진 않지만 그래도 그 시간들이 우리를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지게 해주는지도 모른다. 이제 며칠 후면 너 또한 뉴질랜드로 떠나겠지. 나는 이곳에 새로운 사람들과 2주 남짓한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되겠지. 그때쯤이면 너희를 더 그리워하게 될까. 미처 함께 보내지 못한 시간들에 아쉬움이 나를 붙잡을까. 아니면 새로운 사람들과의 기억으로 지난 기억들을 안녕히 보내줄 수 있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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