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온 지 벌써 7개월 정도가 됐다. 시간이 이렇게나 빠른가 싶으면서도 그동안 내가 이곳에 있는 동안 한국에 있는 사람들과 연락을 자주 하지 못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간다는 건 하루하루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 줄 모르는, 당장 내일이라도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그런 시간들의 연속이더라. 그렇기에 케언즈에 와선 주변 사람들에게 안부도 묻고 내 근황도 전하고 있다. 일 구하고 이곳에 또 적응하다 보면 그럴 시간도 많지 않을 것 같아서.
그중 최근 유난히 연락이 되지 않은 친구가 있었더랬다. 서운하거나 화가 나기보다 그저 이 친구가 지금 연락할 상황이 아닌가 보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더랬다. 나 또한 이렇게 일상을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사람들에게 오는 연락이 부담으로 느껴졌을 때가 있었으니. 졸업을 하고 각자의 미래를 그려가면서 그 상황도, 박자도 달라지기에 이젠 서운함을 느끼기보다 연락을 못 받을 이유가 있겠구나 하며 이해하고 기다리게 되더라.
그러다 어제 친구가 이러이러한 상황 때문에 그동안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미안하다고 연락이 왔다. 네가 나에게 미안할 필요가 있을까. 내가 너의 상황을 모두 헤아릴 수도 없고, 너 또한 너의 상황 속에서 언제나 최선을 다해왔던 사람임을 알기에 어떻게 너의 삶을 내가 감히 쉽게 재단할 수 있을까. 난 그저 네가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나를 신경 써준 것만으로, 연락을 준 것만으로도 고마울 뿐이다.
누구에게나 드러내고 싶지 않은 순간들이 있다. 홀로 견뎌내야만 하는, 그렇기에 그 누구에게도 꺼내 보일 수 없는 그 시기를 알기에 너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주고 싶다. 더 이상 묻지 않는 것, 그리고 섣부르게 판단하지 않는 것만이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배려라는 것이 그저 아쉬울 뿐이다.
항상 좋기만 할 순 없는 게 우리네 인생 아닌가. 때로는 쉽지 않은 과정들이 사소한 것에서 오는 행복을 더 느끼게 해준다는 걸 이젠 알기에. 기다리고 있을 행복을 기대하며 견뎌내보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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