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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으로서의 기록/2023 🇦🇺

🇦🇺케언즈에서 한인잡을 하며 느낀점이라면

by 이 장르 2023.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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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여느 때와 같이 주 6일, 40시간 이상씩 시프트를 받고 있다. 심지어 이번 주는 금토일이 공휴일이라 금요일에 쉬고, 토 일은 3시 전에 끝나는데도 40시간이 채워진 기적을 이번 주 로스터에서 봤다. 와 이게 되네.

확실히 케언즈는 시골이라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인력을 원한다. 솔직히 말하면 멜버른도 다를 바 없긴 하지만 여기보단 좀 더 관대하달까. 멜버른은 그래도 일단 고용만 되면 조금 부족하더라도 함께 가보려고 노력하는데 여긴 진짜 냉정하게 잘라버리더라. 시골 인심 따위 기대하면 안 된다 케언즈에서는.

이곳에 와서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악명 높은 바쁨을 자랑하는 곳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이라면, 정말 경력 없으면 힘들었을듯싶다. 어차피 케언즈 오는 목적이 세컨비자를 따기 위함이라면 좋아하는 일보다 잘하는 일을 찾는 게 좋지 않을까. 이왕이면 한국과 호주에서의 경력 있는 분야로 들어가는 걸 추천한다. 특히 케언즈 센트럴에서 일하실 거라면.

내가 일하는 곳은 정말 동선 하나 허투루 쓰면 두루마리 휴지처럼 돌돌 말리는 곳이다. 적은 인원으로 최대 효율을 뽑아먹고 싶어 하는 아시안 사장들의 특징들이 시급이 높은 호주에서는 유난히 더 돋보인다. 확실히 케언즈뿐만 아니라 호주 전역의 한인잡 사장들의 대부분은 그들이 호주에 왔던 80~90년대 시절에 멈춰있지 않나. 그들은 그들이 기억하는 한국의 모습이 지금의 한국의 모습이라고 여전히 생각하고 있으신듯한데, 호주에 살면서도 한국인이 한국에서 발휘하는 이점을 바라는 태도를 보고 있자니 어쩌면 그들이 이런 식으로나마 한국을 그리워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단 모순적인 생각을 했다. 그들이 강요하는 그러한 모순에 화가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쓰러워지기도 하는 이유는 나 또한 타지에서 일 년 가까이 이방인으로 지내봤기 때문일까.

그렇다고 한인잡을 오래 할 생각은 없다. 오래 하라고 추천하지도 않는다. 한 달 넘게 한인잡에서 일해본 개인적인 입장으로는 호주에 있음에도 한국에서 일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더라. 우리가 호주에 온 이유는 한국에서 경험하지 못한, 호주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경험하기 위함인데 과연 이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 맞나 싶었다. 호주에서 한인잡은 최대한 빨리 벗어나는 것은 우리가 이곳으로 많은 걸 감수하고선 워킹홀리데이를 온 이유를 찾을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 아닐까 싶다.

호주에서 나의 첫 지역이었던 멜버른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새로운 것을 배웠다는 말 그 자체이기도 하지만, 이들에겐 너무나도 당연한 것들 중에 한국에서는 당연한 게 아닌 것들이 많기에 그러한 이들의 생각과 태도에 젖어들 수 있었다. 물론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다. 한국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들이 이들이 살아가고 있는 이곳에선 당연한 게 아닌 것들도 있어 감내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 장점과 단점이 너무나도 극명하게 나뉘어있고, 너무나 상반되기 때문에 뭐가 더 좋다고 말할 순 없겠지만, 지금까지 오랜 시간 한국에서 살아온 나로서는 이곳에서의 삶이 한국에서의 삶보다 조금 더 매력적으로 비친다는 걸 부정할 순 없다.

영주권을 원하는 많은 한국인들 사이에서 영주권을 선택하지 않고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선택을 하고 있지만 사실 어떤 것도 정답이 없다. 그저 자신이 이곳에 있는 동안 어떤 것에 초점을 맞추고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꾸준히 생각하다 보면 내 가치관에 부합하는 삶의 방식을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이곳에서의 시간이 생각보다 앞으로 살아가는 데에 많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 싶다. 한국에 돌아간다면 또다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달려야 할 테고, 그러면 이렇게 진득하게 나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이곳에서의 시간보단 비교조차 할 수 없게 적겠지. 그러니 게을러진다는 생각보다 이곳에서 어떤 걸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자. 이곳에서만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도록 하자. 그렇게 이곳에서의 시간을, 나의 삶을 채워나가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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