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잠들었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던 하루를 보내고 프라하에서의 아침을 맞이했다. 부다페스트에서의 경험을 교훈 삼아 이번에 예약한 숙소는 구시가지 내에 있는 숙소였다. 구시가지 광장으로부터 걸어서 5분도 되지 않는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오래된 숙소라 그런지 엘리베이터가 없어 어젯밤 도착하자마자 직원분과 함께 우리의 조금 더 무거워진 캐리어를 끙끙대며 3층까지 옮겼더랬다. 그거 잠깐 들었다며 항의하듯 뻐근해진 팔에 실없는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우리는 1층으로 내려가 간단하게 조식을 먹고 숙소 밖으로 향했다.
오늘의 프라하는 낯설 정도로 맑았다. 구시가지 광장은 맑은 하늘을 만끽하려는 사람들로 이전보다 더 북적였다. 광장에는 팬더 인형탈과 함께 저번에 보지 못한 곰 인형탈이 눈에 들어왔다. 본격적으로 돌아다니기 전, 우리는 당연하게 스타벅스로 발걸음을 돌렸다. 뜨거운 커피만 파는 유럽의 카페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있는 곳이 스타벅스뿐이라 자연스레 아침이 되면 스타벅스로 향하게 되더라.
한 손에는 얼음 가득달라고 요청했던 아이스 아메리카노 벤티 사이즈를 들고선 구시가지를 거닐기 시작했다. 며칠 전까지도 분명 프라하에 있었던 우리는 구시가지 광장을 조금 벗어나 처음 보는 곳들을 눈에 담기 시작했다. 조금 더 나아가니 며칠 전 봤던 화약탑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그 뒤로 카를 교가 펼쳐졌다. 흐린 날 봤던 프라하의 모습과 맑은 하늘 아래의 프 라하 풍경은 비슷한 듯 또 다른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아무리 돌아다녀도 놓칠 수밖에 없는 것이 있었다. 우리는 여전히 이방인이었고, 이곳을 한 번에 담아 갈 수 없다는 걸, 그럴만한 시간이 부족하다는 걸 인정해야만 했다. 어쩌면 환경이 바뀌었다 해서 금세 달라질 수 있다 자부하는 건 무지한 오만이 아니었을까. 그동안의 수많은 경험들이 쌓여 내가 만들어졌다는 걸 알지만, 그 또한 그만한 시간에 담아낼 수 있는 여유가 있었을 테니. 부디 이 여행에서의 경험도 이전의 경험들과 잘 섞여 또 다른 빛을 낼 수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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