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에 도착했다. 부다페스트에 있는 동안 숙소 찾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여전히 머릿속에 남아 부다페스트에 있는 동안 예약해뒀던 숙소를 취소하고 구시가지 중심부에 있는 숙소로 다시 예약을 했다. 그래도 프라하에서 며칠 지내봤는지 꽤 능숙하게 숙소로 가는 길을 찾았더랬다. 저녁 비행기를 타고 프라하에 도착하니 수속 밟고 공항을 나오니 시간은 자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 밖은 이미 어두워질 대로 어두워져 있었다. 그렇게 우리가 공항버스를 타고 구시가지에 내렸을 때 시간은 자정을 향해 가고 있었다.
프라하의 늦은 밤거리는 어두웠다. 듬성듬성 놓여있던 노란빛은 멀리서 보면 은은한 야경이 되어줬지만, 당장 이 거리를 지나가야하는 이방인의 두려움을 지워주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것들도 그 안에 있는 이들에겐 다르게 다가올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렇게 우리는 삼십 킬로 남짓 되는 캐리어를 끌고 빠른 걸음으로 구시가지를 지나치기 시작했다. 그러다 거대한 덩치에 덥수룩한 수염을 얹은 사람이 우리 쪽으로 빠르게 다가오는 것 아닌가.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쫙 끼치면서 우리는 암묵적으로 발걸음 속도를 올렸다. 그 사람은 그런 우리를 보고선 덩달아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결국 그 사람은 빠른 속도로 우릴 따라잡더니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며 우리를 위협했다. 두려웠지만 발걸음을 멈출 수 없었다. 침착하게 반응하지 않고 앞만 보며 뛰다시피 숙소를 향해갔다. 쿵쾅거리는 심장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고, 그 사람은 우리를 몇 차례 더 위협을 하더니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밤거리는 어딜 가나 위험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우리는 조그마한 위협에도 더한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는 이방인이었다. 이 두려움에서 빨리 벗어나고픈 마음에 울퉁불퉁한 구시가지 바닥에 캐리어 바퀴가 튕기는지도 모른 채로 숙소로 향했다.
그렇게 우리는 프라하에 다시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인종차별을 겪어야 했다.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있었다면 겪지 않아도 될 인종차별을 먼 유럽까지 와서 여행 내내 경험해야 만한다는 게 그저 억울하기만 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만연히 일어나는 인종차별에 나 또한 침묵하지 않았나 생각에 잠겼다. 어쩌면 당장 내가 겪고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외면했을지도 모를 지난날에 대한 생각으로 밤을 채워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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