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시간을 내어 영화를 보고 있었더니, 영화를 자주 보지 않는 편인 내게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냐며 동생이 물었다. 생각해보면 살면서 영화를 오랫동안 잡고 있었던 적이 있는가. 적어도 내 삶에선 흔히 있는 일은 아니다. 뜻밖의 과제 덕분에 반복에서 조금은 벗어난 주말을 보내게 되었는데 낯설지만 기분 좋은 어색함이었다.
'시간에 대하여'. 어바웃 타임을 직역한다면 이렇게 되겠지. 하지만 영어 그대로인 'About time' 또는 직역인 '시간에 대하여'가 아니라 '어바웃 타임'으로 우리나라에서 상영되었다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에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고 한다면, 대부분 복권번호를 알아갈 것이라고 하곤 한다. 하지만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냐고 묻는다면, 각자의 마음속에 품고 있는 그 시절을 조심스레 꺼내 읽어줄 것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갈 것이냐고 물어본다면 내 대답은, 돌아가지 않겠다는 것. 내가 잘나서, 후회 없이 살아서가 아니라 만약 그 시점으로 돌아가게 되더라도 나는 여전히 나이기 때문에 또 다른 후회를 할 일이 생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새로운 탄생에 의해 지나간 삶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 모두가 영원한 것은 없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되는 모든 것들은, 연극에 비유하자면 멈춰있는 ’ 배경‘처럼 느껴지기에 지키기 위해 별다른 노력을 들이지 않곤 한다. 물론 노력을 한다고 시간을 거스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마지막 즈음, 탄생의 순간이 다가옴을 느낀 주인공이 아버지를 보러 가기 위해 두 손을 꽉 쥐었을 때 나도 화면에 비친 모습을 따라 두 손을 꽉 쥐고 눈을 감았다. 나 또한 우연히라도 나의 아버지를 볼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 눈을 뜬 나는 역시나 현재에 있었다. 우리에게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지금 이 시간을 최선을 다해 채워나가라는 의미가 아닐까, 물론 되도록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게 언제나 마음대로 되진 않는다. 그저 선택의 순간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해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 그렇게 오늘을 채워가고 있다.
선택을 할 때에는 나름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나에게 가장 우선시 되는 기준은 ’ 이것으로 인해 내가 행복해지는가 ‘. 어른이 돼가면서 여러 고민 끝에 내린 나의 결론은, 결국 모든 일들은 내가 행복해지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것. 그것이 돈을 버는 것이든, 시간을 내어서 하는 무언가가 되었든, 어찌 됐든 말이다.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한 번의 큰 행복보다 크기와 상관없이 행복을 자주 담아내길 바란다.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자체만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을 갖춘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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