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소설을 먼저 읽어보려 했으나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한 책이 금요일 저녁 즈음에 도착했다. 평일이 끝났다는 안도감에 긴장이 풀렸는지 글자를 눈에 담기가 힘들었다. 뭘 하든 간에 시간대가 이렇게나 중요한가 보다. 그렇게 영화를 먼저 접하게 되었다.
어느 나라에서 제작한 영화인지 찾아봤다. 아마 이것이 영화가 끝나고 가장 먼저 한 일이었던 것 듯하다. 이탈리아, 프랑스, 브라질, 미국. 나름 퀴어에 꽤 열려있다고 하는 나라들.
‘청불’이라는, 자유로운 표현의 최상급을 달고 상영하는 영화는 대부분 베드신을 과감하게 묘사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이 영화는 베드신 장면 그 자체를 보여주기보단 바깥 풍경을 비추곤 했다. 아직은, 영상으로 묘사하기에 자신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거겠지.
‘우리의 몸과 마음은 단 한 번만 주어진단다.’
그렇기에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해보라는 말인듯하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꽤 잔인한 말일지도 모른다. 인생은 연습이 없으니.
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미리 보지도 못하는 인생에서, 그나마 가장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는 것이 부모지만, 그들은 대부분 자신과 다른 취향으로 살아가고 있다.
어디에서 조언을 얻을 수 있을까. 가장 가까운 곳에서 봐도 자신과 같은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기에, 숨기고 또 숨기게 되는 그들은, 자꾸 자신을 동굴로 밀어 넣는다. 아니, 사실은 동굴로 밀어 넣으라고, 세상은 그들에게 매 순간마다 질책을 했겠지.
세상은 소수에게 얼마나 가혹한가.
감정에 솔직하다는 것은 부끄러운 것인가, 부러운 것인가.
어쩌면 세상은, 사람의 축소판이 아닐까. 우리의 세상은, 꽤 자주 눈이 내리는 곳이지만 감정의 온도에 따라 눈이 녹아 민낯을 보여주기도 하고 아니면 꾸준히 내린 눈으로 흔적을 덮어주기도 하기에.
마지막에 눈 내리는 연출은 아마 시간이 지남을 나타내려는 의도였겠지. 그때는 여름이고 지금은 겨울이니까. 하지만 나에겐, 올리버의 흔적을 조금씩 덮어주는 시간의 흐름처럼 느껴졌다.
분명 각자의 경험이 다른만큼, 결말에서 느끼는 감정도 다를 거라 생각한다.
나도, 당신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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