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린 시절, 이런저런 이유로 상처가 난 적이 여러 번 있다고 해서 그 다음번 다쳤을 때에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침으로써 느껴지는 아픔은 고통의 정도만 다를 뿐이지, 고통이 느껴진다는 것은 언제나 같다. 우리가 어린이로서 여러 해를 거치며 비로소 어른이 되었다고는 하나, 어른도 상처를 받는다. 상처라는 것이, 아무리 받아도 익숙해지는 것이 아닌가 보다.
인간이란 게 참 게을러서 좋은 것은 금방 받아들이고, 적응해내며, 익숙해지지만, 아무리 잦은 고통을 겪는다 해도 무뎌지지 않는다.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고통에 익숙해지고 싶지 않은 발악일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세상을 살아가면서 익숙해지는 게 있을까 싶다. 무뎌지는 것일지, 아프지만 관성의 법칙에 의해 별 탈 없이 지나가는척하는 것일지.
살아감에 있어 당연한 것과 익숙해지는 것은 또 다른 범주라는 생각을 한다. 당연하다는 것은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있었던 것이고, 익숙해지는 것은 삶의 어느 순간 나타나 꾸준히 함께해온 것이 아닐까 싶다. 둘 중 어느 것이 좋고 나쁘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당연한 것과 익숙해지는 것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이 스스로 느끼기에 좋든 나쁘든,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좁다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요즘은 익숙해지는 것과 익숙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사이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고통에 익숙해져야 할지, 감사함에 익숙해지지 않으려 노력해야 할지. 어느 것이 좀 더 나은 어른으로 자라날 수 있는 선택일지.
청소년기가 끝나면 불안정한 시기가 다시는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불안정함의 연속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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