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살고 있지만, 온전하게 살아낼 수는 없는 운명. 선택하진 않았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은 그를 숨게만들었다. 결국 지금까지 온전히 쌓아 왔던 것들이 모두 부질없어졌기에, 여태 쥐고 있었던 자신의 가치들을 놓아버린다.
자신을 무너뜨리는 것에 희열을 느끼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타인으로부터, 태주로부터 또다시 발견하게 된다. 이제는 원하는 것을 얻고, 죽음과도 멀어졌지만, 인간의 욕심은 끊임없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 쉽게 실증 내버리는 인간의 모습을, 박쥐의 모습으로 그려낸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그렇기에 사람의 기억은 꽤 잔인한 것이다. 지옥이었던 시간이 이제는 그립다니.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세상에 아름다운 것이 존재하긴 하는가. 신부라는 직책으로 영생을 갈구하는 인간의 모습은 추악하기까지 하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현실적인 비현실, 주변에 있는 이야기를 비현실적 요소로 그려낸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다시 말하자면, 일종의 ‘비유법‘. 우리는 우리 자신의 추악함을 얼마나 덮고 살아가는가.
너는 남의 피로 연명하면서 네 피 한 방울을 주기가 그렇게 아깝냐?’
감독마다 각각의 특기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박찬욱 감독의 경우에는 사람의 청각을 잘 이용한다는 생각을 그가 만들어낸 영화를 볼 때마다 하게 된다. OST는 영화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요소일 뿐만 아니라, 반대로 영화 전체를 짧게 축약해 둔 것이니 말이다.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으로도 영화를 경험할 수 있게 해 주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감탄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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