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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여운

영화 ::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The Cabinet Of Dr. Caligari , Das Cabinet Des Dr. Caligari)' 후기

by 이 장르 2020.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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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가 아니었으면 평생 마주해 볼 수 없었던 영화. 무려 1919년에 만들어진 영화라니.

 

우리가 생각하는 ‘과거’보다 더 과거에서 볼 수 있을법한 영화다. 음성을 대신한 음악으로 채워둔 오디오가 인상적이었으며, 조금은 과장된 표정과 행동이 섬세하지 않은 화질을 대체하는듯했다. 클래식 같은 것이 아닌 진짜 클래식.

 

요 근래 본 영화들과 다르게 선과 악의 구별이 뚜렷한 등장인물들이 모여 만들어진 이야기. 표정과 분장으로 표현한 공포. 클로즈업으로 나타낸 칼리가리 박사의 표정은 불완전한 화면에 담아냈기에 공포를 극대화할 수 있었던 듯했다.

 

사실 영화라기보단 연극에 가까웠던 영화. 아마도 무대와 같은 세트장이 배경으로 등장해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 시기에는 연극과 영화의 경계가 모호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프란시스가 잡혀가는 장면에서, 문득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이 남자의 상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병에 걸린 프란시스가 만들어낸 이야기 말이다. 어쩌면 칼리가리 박사라는 존재 자체는 공포의 대상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가장 무서운 것은 인간의 상상력일 수도.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리는 칼리가리 박사를 만들어낼 만큼 내면세계에 집중하고 있는가.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는 사람들만이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누군가는 정신병이라고 말하지만, 어쩌면 그 호칭은 단순히 다수가 소수에게 붙여주는 권력적 행위일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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