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이지 않은 일상 속에서, 나는 그런대로 잘 지내고 있는 중이다.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감사함을 느낄 줄 알게 되었고, 단조로운 리듬에서 즐거움을 찾아내는 방법 또한 깨닫게 되었다. 작년과 다르게 무작정 어딘가로 맘 놓고 떠나지 못하게 된 것이 답답하긴 하지만, 분명히 안에서 내가 놓친 것들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시간이 주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곤 한다.
요 근래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은 나 자신. 그렇다면 좀 더 괜찮은 나와 함께 지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답변을 하나둘씩 찾아가 보려고 하는 중. 타인과 함께 공유하기 위해 나눠 사용했던 나의 시간을, 이제는 대부분 나와 함께 사용해야 하니 우리, 잘 지내야 해.
상황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나에겐 수동적인 느낌을 주는 문장이었고. 그렇기에 꽤 오랜 시간 부정하며 살아왔었지만, 이제는 이 말에 어느 정도 수긍하게 되었다는 것이 조금은 낯설기도 하다. 그런 시점인가 보다. 부디 이것이 꼰대로 한 발짝 내딛는 과정이 아니라, 나에게 하나둘씩 쌓이는 연륜 같은 것이 되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보게된다.
인간은 의외로 상황이 주는 제약에 적응을 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 나 또한 인간이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줄로만 알았던 상황에서 나름 꿈틀거리며 한 달 한 달을 꾸려 나가고 있더라고.
올해는 하지 못할 줄로만 알았던 활동을 다음 달부터 시작할 수 있을 거라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마음이 벅차오르던지. 사실 3월부터 함께하기로 한 활동이었는데 미루고 미루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던거지만. 반복되던 시도에 지쳐 무기력해지려던 차에 조금 더 힘을 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나 싶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아무것도 몰랐던 3월에 활동을 시작했으면 아마도 스스로에 심취해 있었을 게 불 보듯 뻔했다. 예상치 못한 동굴 속에서 다져지는 기간을 6개월 거치다 보니 이제는 그 무게가 어떤지 어렴풋이 느껴지기에, 앞으론 오히려 더 깊고 입체적으로 묘사를 할 수 있을듯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무언가를 해내기 위해선 묵묵히 들이붓기만 하는 시간이 필요한 걸 알지만, 때론 이 과정이 나를 지치게 하곤 한다. 묵묵히 나아가다 보면 분명 내가 원하는 것이 나올 것이라는 희망하나 붙들고 안갯속을 헤쳐나가는 동안, 얼마나 오랫동안 정신승리를 해야 하는 걸까. 사실 이 끝에 도달한다 할지라도 내가 원하는 것이 나올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혹은 끝이 없을 수도 있겠지.
뭐, 이 길이 아니면 어때. 내 발이 닿는 모든 곳이 나에겐 길이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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