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쯤이면 끝날 줄 알았던 비가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결국 8월의 끝자락까지 대롱대롱 매달려왔다. 맑은 하늘을 온종일 본 날이 언제쯤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도 하고. 그래도 어떻게 알았는지, 우울해질 때 즈음 잠깐씩 얼굴을 들이밀고 안부를 알리는 하늘 덕분에 소소한 위안을 간간이 얻었다.
벌써 9월이다. 작년 이맘때 즈음, 이때쯤이면 내 핸드폰 속 사진첩도 예정되어 있던 새로운 여행지의 사진으로 가득 차 있을 거라고, 여행 일기를 쓰며 바로 얼마 전을 추억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정말 세상에 내 계획대로 되는 건 없구나.
새삼스레 세상의 수많은 어리석은 인간 중 하나가 나라는 걸 되새김질하게 된다. 꾸역꾸역 쥐어짜고 남은 일상을, 이쯤 되면 소중히 여길 법도 한데 말인데. 아직도 그렇게 당연하던 일상의 대부분을 빼앗기고도 남은 일상들이 또다시 당연해졌나 보다.
조금 쉬어가 보기로 했다. 잔디밭에 편히앉아 꽃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 노을 지는 것도 보면서. 집중하고 싶었던 일에 나름대로 집중도 해보고. 그렇게 당연하던 것이 당연해지지 않을 때 즈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면, 처음 그때 그 마음으로 일상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아이패드를 사기로 했다. 노트북을 살까, 아이패드를 살까 그렇게 고민을 하더니 결국 아이패드다. 사실 동생이 하루 종일 아이패드를 부여잡고 무언가 만들어내는 모습이 부러웠던 걸까. 음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런 거 있잖아, 그 사람을 따라 하다 보면 나도 그처럼 무언갈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그런 거. 왠지 내가 나를 속이는듯한 기분이지만, 이번은 그냥 속아주기로.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날이 오긴 올까.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곤하지만 꾸준히 버티다 보면 언젠간 그런 날이 올 수도 있겠구나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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