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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노트/월간 글노트

2020. 09. 월간 글노트

by 이 장르 2020.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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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가 갑작스럽게 차가워졌다. 가을은 얼마나 머물렀다고, 또 어디를 그리도 급하게 가려는지.

가을이 머물고 지나간 자리는 허전해서인지, 아니면 허무해서인지 다들 허한 마음을 감싸기 위해 긴팔을 꺼내 입는 것도 모자라 하나를 더 걸쳐 입는다. 떠나려는 가을의 끄트머리를 붙잡아보겠다며, 바깥으로 나와 남은 미련을 쥐어짜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확실한 건 이럴 수 있는 순간이 올해도 며칠 남지 않았다는 것.

순간순간, 소중하지 않은 순간은 없다. 하지만 그중에도 유난히 빛나는 순간이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어쩌면 너무나 찬란한 순간조차 시간에 흘려보내야 된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욱 간절하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확실한 건, 간절함만으로는 무언가를 붙잡을 수 없다는 것. 아쉽든 아쉽지 않든, 어쩔 수 없이 때가 되면 흘려보내야 한다는 것. 그러다 보면 흐르는 시간을 따라 우리도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문득 느낄 수 있는 순간이 올테니.

생각해보면 마음이란 게 별건가, 이런 게 아마 마음이겠지. 발걸음 하나, 작은 호흡 하나가 모여 만들어낸, 이런 게 마음이겠지. 우리가 서로 마주할 수 있는 마음이겠지. 가끔씩 흘려보냈던 마음이 서로 엉켜 풀어내기 힘들 때가 온다면, 그렇게 엉킨 채로 살아가는 것 또한 마음이겠지. 흐르는 시간에 마음의 결이 가다듬어져 엉켜있던 것도 하나가 될 수도 있으니. 시시때때로 바뀌는 마음은 알 수 없는 거니까.

오 그대여 부서지지 마. 바람 새는 창틀에 넌 추워지지 마.
이리 와 나를 꼭 안자. 오늘을 살아내고 우리 내일로 가자.

새소년 - 난춘 (亂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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