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은총으로 공소시효가 지났으며....
가장 이타적이어야 할 집단에서 가장 이기적인 행동을 자행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묵인하는 그들은 지나버린 공소시효에 대해서도 신의 은총에 의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이 말하는 신은 누구인가. 과연 그들은 신을 위해 일하는 사람인지, 혹은 그들을 위해 희생할 신을 만들어낸 것인지 그건 신만이 알 수 있겠지.
가끔은 무자비하다던 사회보다 종교가 더 잔인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때로는 종교가 신을 믿는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낸 집단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신을 믿기 위해 종교를 가지는 것인가, 혹은 종교를 가져보기 위해 신을 인정하는 것인가. 삶의 대부분을 종교를 가지고 살아가면서 머릿속을 떠나가지 않는 질문이기도 하다.
아직도 영화의 소재로 성폭행 사건의 남성 피해자를 다루는 것은 흔하지 않다. 분명 남성 성폭행 피해자 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는 최선을 다해 묵인해내고 있다.
사회는 성관련 범죄에 대해서는 꽤 관대한듯하다. 여성에게나 남성에게나, 성별에 상관없이. 피해자는 소수이며, 그 소수가 ‘참아야 ‘ 건전한 사회가 된다는, 일종의 맹신 같은 것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피해자를 갈아 넣은 사회가 얼마나 유지될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 중 하나는 피해자가 사회 구성원 중 일부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혹 피해자를 사회 구성원에서 배제시키려 하는 시도들이 꽤 보이곤 한다. 심지어 가해자를 지켜내려 ’ 노력’하는 사회의 모습에 학습된 피해자들은,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해 자신이 피해자라는 사실을 숨기는 법부터 습득하게 된다. 사회 끄트머리에서 소외되지 않으려 악착같이 발버둥 치는 것이다.
누군가에겐 해프닝, 또 다른 누군가에겐 평생에 걸쳐 버텨내야만 하는 트라우마. 우리는 부디 누구를 더 우선시해야 하는지 구분해낼 수 있는 어른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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