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란 게 참 그렇다. 분명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데도, 그런 줄 알면서도 그렇게나 애를 썼다. 그러다 보니 내가 무엇을 원했던 것인지 모르겠더라.
마음엔 크기가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마음이란 게 어느 정도라고 물어볼 수도, 대답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스스로 기준을 정해두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흘러가다 어딘가에 고여버린 물웅덩이 같은 것이 아니었다. 그저 흐르기만 하는, 그래서 그 크기를 알 수 없는 것이었다.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듯, 또 겨울이 가고 봄이 오듯 그렇게, 또 그렇게.
이번 가을은 유난히 향이 좋다. 앙상한 것들의 향이 스며들듯 나의 곁에 머물러주는 기분이다. 집으로 오는 길, 간만에 마주한 새벽 공기는 차갑고 달았다.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어 손끝을 살짝 모아 딱 그만큼만, 따뜻한 물에 우려 마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울로 휩싸였던 순간들을 새벽에 녹여내 나의 20대 끄트머리를 칠하고 있다. 혹여냐 새까맣게 잠들어버린 하늘을 깨울세라 조심스레 두세 가지의 불빛만 반짝거리던 그 새벽, 집 오는 길. 사뿐 거리며 다니던 고요한 새벽. 나는, 행여 머릿속의 소리가 새어나가 소음이 될세라 눈을 질끈 감았다. 그렇게 집으로 향했다.
눈을 감아도 이 버스를 타면 집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문득 낯설어졌다. 나에게, 나의 인생에, 정류장처럼 확실하게 정해져 있던 것이 있었나. 다음이 어디일지, 알량한 자신감과 그와 함께 스멀스멀 올라오던 두려움을 꾹꾹 눌러 담아 내일을 살아가는 나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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