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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해짐과 동시에 공허한 감정이 들어설 때, 무언가 두고 온 것 같은 기분에서 벗어날 수 없을 때. 아, 가을이 왔나 보다. 옷장에 있는 옷들을 뒤적거리기 시작한다. 얇고 소매가 짧은 옷들을 만지작거리며 날씨에 맞춰 옷장의 옷을 바꿀 때가, 벌써 돌아왔구나.
옷장 문을 열었다. 올해 봄을 맞이하면서 넣었던 그때 그 설렘도 함께 들어있나 두리번거리다가 좋아하는 옷을 꺼내들었다. 잠옷 위에 옷을 걸쳐 입고 주머니에 양손을 넣고 거울 앞에 섰다. 봄이 다가올 때 설레하던 내 모습을 그대로 꺼내온 듯, 그렇게 그때의 내가 눈앞에 서있었다.
그날의 기억을 그렇게나 찾았었는데, 허무하게도 그날의 코트 안주머니에 있었다. 눈을 부릅뜨고 찾을 땐 지독하게 숨어댔는데 말이야. 시간에 묻혀 희미해질 때 즈음 나타난 게 살짝 원망스럽긴 하지만, 이제는 전보다 편한 마음으로 마주할 수 있으니, 뭐 그걸로 됐다.
정이 많은 건지, 추억에 약한 건지. 지나간 것을 흐르는 바람결에 흩뿌리지도 못하는 걸 보니, 나는 참 미련이 많구나. 혹여라도 누군가 내남은 미련을 볼까싶어, 주머니에 손을 넣고 꾹 눌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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