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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노트/월간 글노트

2020. 12. 월간 글노트

by 이 장르 2021.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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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비밀은 없다. 아니, 영원한 것은 없다는게 더 맞는말인지도 모른다. 모든 것에는, 마트에서 파는 요플레처럼, 유통기한이 낙인처럼 찍혀나오는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영원을 갈망하곤한다. 존재하지 않는것을 원하는 것, 분명 헛된망상임을 알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 영원을 약속한다. 인간은 무엇때문에 영원함을 꾸준하게도 외치는걸까.

늘 옆에있을것만같았던 존재가 하나둘 떠나간다. 분명 우리는 오랜기간동안 살아보지않았으면서도, 그 중 얼마되지않는 경험을 꺼내들어 현재에 그럴듯하게 끼워맞춰본다. 영원할것이라 예상한다. 아니, 어쩌면 영원하기를 바라는 방법 중 하나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시나 예상했듯, 영원하자는 약속은 보기좋게 빗나간다. 그러고보면 애초에 인생이 내가 예상한 방향으로 향한적이 있었나.

결국 오늘의 나는, 이렇게 예상하지못했던 연말을 맞았다. 영원할줄알았던, 내가 누려왔던것들을 누군가에게 빼앗긴 채. 너무도 당연해서 있는줄도 몰랐던, 나의 것들. 아니, 나의 것인줄알았던 것들.

누구것이었을까. 애초에 나도 타인의 것을 빼앗아온게 아닐까. 그리고 그 이름모를 누군가는, 나에게 빼앗긴 것을 나와같이 갈망했을까, 추억했을까, 아니면 잊어버린걸까.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힐링이란 단어가 너무나 잘 어울렸던, 잔잔했던 대만 여행이, 그당시에는 뭐그리 우울했는지 도미토리 구석 커튼안에서 매일밤을 울었더랬다. 알고보니 다를바없는 자극에 대한 매너리즘이었을까. 결국 어느 곳이나 뻔하다는 점이 슬프게 다가왔던걸까.

아마 그당시 나는, 지독히 외로웠을수도 있었겠다. 너무나도 바빴던 나날들, 분명 주말에는 꼬박꼬박 사람들과 시간을 채워갔는데도불구하고 공허하게만 느껴졌던 부분들. 새로운것을 아무리 들이붓는다해도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것 같았나보다. 어리석다. 사소한 것에 소중함을 느끼지못했던 나는, 모순적이게도 이제야 비로소 내가 당연스레 여겨왔던 것들의 소중함을 느끼고있다.

땅거미와함께 내려앉은 나의 오늘은, 새벽내내 내리던 눈에 덮여버렸다. 우리는 여유로울 새도없이, 그렇게 또다시 다가올 봄을 준비해야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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