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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좋은 책 :: '캐비닛' 후기

by 이 장르 2020.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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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세상은 넓고,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긴 한가 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남에 있어 우리는 편견 없는 태도로 임해야 한다고 배웠다. 그러나 편견 없이 타인을 맞이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첫걸음일 테니. 다시 말해보자면,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에게 쉬운 것은 아니라는 말이 된다.

 

타인 앞에서의 나는, 온전히 나 자신으로 남을 수 있을까. 우리가 캐비닛 속에 가둬둔 그들이, 그들의 이야기가, 어쩌면 그들 스스로에게 솔직했다는 것을, 우리는 은연중에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쌓여갈수록 우리는 상처에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솔직하기보단 우리를 숨기는 것을 우선시하게 되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세상 속에서, 나는 온전히 나로 존재할 수 있을까.

 

나는 나, 그리고 너는 너. 세상에 걸맞은 사람이 되기보단 나다움, 너다움을 유지하게 되는 사람이 되길 바랬지만, 나다움을 지켜내는 것이 순탄치 않다는 것을 언제부턴가 알아버렸다. 그렇기에 세상이 주는 압박을 견뎌내며 당당하게 나 자신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눈치를 보며 자신을 지켜내는, 지켜내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것이 맞는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는, 그런 미완성의 어른이 되어버렸다.

 

때로는 내가 온전해야 타인에게도 온전할 수 있다는 것을, 쉽게 잊어버리곤 한다. 대부분의 시선을 타인과 맞추고 있기에, 정작 스스로는 뭉그러져버리는 모습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가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에 대해 꽤 부정적인 시선을 지닌다는 것을 느끼곤 하니까. 그런 세상에 물든 건지, 세뇌당한 건지, 자신을 지키려는 사람들은 따가운 시선을 숙명인 듯 받아들이고 살아가더라.

 

그러고 보면 세상에 정상이라는 것의 기준은 무엇일까. 고통을 피해 가는 것이 질타를 받아야만 하는 것일까. 어쩌면 스스로를 지키려고 하는 것은 꽤 멋진 본능일지도 모른다. 사실 스스로를 위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기도하니 말이다. 그들은 그 감정에, 본능에 솔직할 뿐이다. 내가 나 스스로를 지킨다는 것, 지켜낸다는 것이 어쩌면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극복해나가고 있다. 누군가의 방법에 대하여 옳고 그름을 나눌 수 있는 게 아니다. 모두가 살아가는 삶의 결이 다르고, 그 결을 살아가는 방법 또한 다르니까. 사실 세상에서 서로의 인생을 존중하는 것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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