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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일기

시나리오 작업일지 :: 시작에 앞서

by 이 장르 2020.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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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유럽여행을 기점으로, '여태 나의 세상이 참 좁았구나'라는 생각에 한풀이하듯 해외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무언가에 한번 꽂히면 꽤 집념을 보이는 타입이라, 작년 한 해는 출장을 포함해 매달 출국을 했더랬다. 분명 이전까지의 나는 여행에 흥미가 없었을뿐더러, 돈 낭비 시간낭비라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아마 한껏 움츠렸던 수험생활을 지내왔던 것도 한몫 거들었을 것이다. 다양한 경험을 두려워했던 나의 지난날은 여행에서도 마찬가지였고, 20살 이후로 비행기를 한 번도 타지 않았다. 여권 없이 다녀올 수 있었던 제주도조차 말이다.

 

여행과 출장을 다니면서, 문득 이순간을 기억으로만 남겨두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여행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고, 이러한 기록들을 모아 여행작가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꿈을 꾸게 되었다. 여행 에세이를 쓰겠다는 생각에 다양한 글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어떤 드라마를 접하게 되었고, 그게 참 따뜻하게 다가왔더랬다.

 

처음으로 시나리오를 쓰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새로운 이야기라는 것을 만들어낸다는 걸,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에세이라는 장르를 선택했었는데 말이다. 또 이럴 땐 뜬금없이 무모해지기도 한다. 이때 즈음에 나의 선택에 영향을 준 것은 다름 아닌 대학 동기 친구였다. 같은 학번 같은 전공으로 졸업을 했지만, 친구는 연기를 꿈꾸고 있었기에 또다시 새로운 대학에 입학했다. 인상적 이게도 이 친구는 앞으로 겪어나갈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눈이 참 빛났다. 그 당시 주변 친구들은 미래에 대한 이야기에 초점을 잃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 친구만은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아마 이친구의 이런 모습이 꽤나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는지, 이렇게 눈빛이 반짝이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했다. 전공을 살려 자격증을 따고 열심히 노력해 취업을 하면, 사회에서 말하는 '안정적인' 사람이 될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양날의 검인지, 이러한 세상은 지독히 무채색인듯했다. 그들에게 미래는 버텨내야 하는 하나의 미션으로 여겨지는 듯했기에, 나도 살면서 한 번쯤은 빛나는 눈을 가진 사람들과 일을 해보고 싶었다. 의외로 인생은 길다는 걸 깨달았으니 한 번쯤은 해보고 싶은걸 도전해볼 만하지 않을까 싶었다.

 

역시나 순탄하게 진행되는 것은 없었다. 나의 전공과는 너무나 다른 분야였기에 그어디에서도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무작정 인터넷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매일같이 검색창을 뒤적이다가 시나리오작법 과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실 과외를 하기시작한 목적은 드라마 시나리오를 쓰기 위함이었다. 한국영화는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이 연출까지 함께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듯했다. 아직 시나리오도 제대로 쓸 줄 모르는 내가, 어느 세월에 연출까지 익혀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영화를 제작해보겠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그러다가 영상이란것을 제작해보는 경험이 필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렇게 또다시 인터넷을 뒤적였고, 드라마 또는 영화를 만드는 동아리 여러 곳에 지원서를 넣었다. 두 곳에서 연락이 왔고, 두 번의 면접 끝에 지금 동아리에 들어오게 되었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은 순조롭게 흘러가지 못했다. 2월에 면접을 보고 3월에 시작하기로 되어있었던 영화 제작 동아리 활동이 코로나로 인해 미뤄지고 또 미뤄졌다. 결국 8월 마지막 주에 첫 OT를 하고, 9월부터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사실 동아리 활동이랄것없이 6개월이 지나버린 터라 뽑힌 인원의 절반이 나가버렸기에 사실 OT랄것없이 다섯 명 정도 조촐하게 진행이 되었다. 한두 번 짧은 촬영을 진행하다가 결국 10월 중순에 새 인원을 추가로 뽑자는 의견이 나왔고, 모두 동의하여 11월부터는 9월의 두배가 되는 인원으로 동아리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최근 코로나의 기세가 다시 무서운 기세로 뻗어가고 있다. 3차 대유행 조짐이 보여 한 달 정도 동아리 모임을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매 겨울마다 진행되었던 단편영화 작업은 진행 예정이라 모임을 쉬는 동안 시나리오를 제출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해달라는 공지를 받았다. 시나리오 선생님께, 동아리에서 단편 시나리오를 모집하고 있다는 소식을 말했고, 선생님은 소재를 잡기 위해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하는지 알려주셨다. 그렇게 나의 첫 단편 시나리오 작업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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